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3>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 성소 아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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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후의 자동차로 유럽여행 2부/영원한 관광대국 이탈리아를 탐하다<13> 프란체스코 성인의 고향 성소 아시시

전 세계 천주교인 성지…발길 끊이지 않아
구릉 위 자리잡은 전망좋은 도시
아시시 언덕 평화로운 정경 황홀

아시시 전경.
아시시 산하 움브리아 평원의 전원 풍경.
아시시 서쪽 도시 진입로. 좌측 산프란체스코 성당과 우측 호텔 건물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시시는 너무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천주교인들에겐 성지로서 더할 나위 없이 동경하고 소망하는 순례지가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 로마의 바티칸만 있는 게 아니라 다음 행선지를 꼽으라면 아시시가 될 것이다. 아시시 입성 전에 한국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그의 영세명은 프란체스코이다. 요즘은 통신의 발전으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자유롭게 국제전화를 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다. 하여간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도시의 상징성과 의미를 익히 짐작할 수 있어 시내에서의 발걸음이 더욱 진중해졌다.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도회적 풍광과 전통을 간직한 형상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시는 움브리아 주도인 페루자 동편 가까이 있는데 도시의 관광산업 외에 도시기능은 약세지만 페루자 보다 훨씬 유명한 곳이다. 각각의 주도들은 대부분 과거부터 경제력과 정치력을 갖춘 세력의 거점이어서 현재 대표적인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페루자만큼은 아시시에 비견할 곳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도 주도는 팽개친 채 아시시로 바로 입성했다.

이탈리아의 행정구역을 잠시 살펴보면 이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다. 마피아로 유명한 반도 남부 시칠리아를 비롯하여 이탈리아는 큰 섬이 두 개 있는데 이 섬들은 우리나라의 제주도처럼 자치주를 형성한다. 이탈리아는 ‘레조네’라는 20개 주로 나뉘는데 자치주는 이들 외에 3개가 더 있고 이들은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자치주는 본토로부터의 지리적 원격지이거나 주민들이 이탈리아 계가 아니므로 중심을 이루는 본토와 사회적인 특색이 다른 지역들이다.

그래서 긴 반도지역인 이탈리아는 지역적인 특성과 문화가 상당히 다르며 지역적인 갈등도 내재하는 편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통합과 화합을 이루며 이웃으로 살아가니 이방인은 어디를 가더라도 지역적 차이를 크게 의식할 수 없다.

단지 눈에 띄는 것이라면 남부지역으로 내려올수록 지역발전이 더디어 경제력이 차이가 난다는 점과 사람들의 키가 더 작아진다는 점이다. 북부는 주로 게르만과 켈트족의 영향을 받아 덩치가 더 크고 남부는 라틴계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더 작은 편인데 이는 지역적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호에서는 산마리노 공화국을 다뤘는데 그 곳이 속한 이탈리아 로마냐주를 출발해 마르케주를 거쳐 움브리아 주에 들어섰다. 북부권의 첫 도시로 다뤘던 오르비에토는 이 주에 속한다. 로마와 피렌체 중간에 있는 아시시는 자유여행자의 경우 양 도시에서 접근하게 된다. 로마에서 기차로 2시간 걸리는 직행열차를 타면 폴리뇨에서 갈아타고 직행도 하루 5편 있는 모양이다. 역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야 이 작은 도시에 당도할 수 있다.

아시시 주변은 로마로 흘러가는 테베레 강의 분지와 산악지대인데 아시시 도시 자체는 구릉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전망이 아주 좋다. 로마와 피렌체 근교도시 중에서는 가장 인기 있고 매력이 넘치는 도시인데 근처에 다가 설 때 언덕 위에 위치한 평화로운 정경이 참으로 경승이 아닐 수 없다. 아시시 언덕에서 테베레 강 분지 일원의 평원을 바라다보노라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남서향으로 펼쳐진 전원풍경은 어찌나 한가롭던지 속세를 떠난 듯 보였다.

프란체스코수도회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란체스코 성인이 태어난 아시시에서 그의 숨결을 느껴볼 일이다. 수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이 몰려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중세에 페주자에 속한 아시시는 내란으로 수많은 분쟁을 겪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통일국가를 형성하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혼란한 시기인 1182년에 태어난 프란체스코는 무질서했던 카톨릭을 비판하며 몸소 청빈한 삶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랑으로 이웃을 품었으니 이런 그의 품성과 성결이 그가 성공적으로 수도회를 창설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아시시 시내의 관광명소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대부분 프란체스코 성인과 연관이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종교기념물과 관광매력물이 넘쳐난다. 움브리아 평원의 구릉 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중세 이래 성스런 도시는 보는 이에 따라서는 고개 들어 쳐다볼 때 천상의 도시로 보일 수도 있겠다.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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