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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와 메모, 새로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찰나 같아 영원에 가까운 젊음의 감각을 기록한 이 산문집에는 고선경 특유의 맑고 예민한 감수성이 가득 담겨 있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진 문장 하나에도 뜨겁게 끓어오르는 감정의 결이 숨어 있고 일상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문장마다 살아 있다.
등단을 준비하던 시절의 치열한 내면 싸움, 일상에 불쑥 찾아오는 우울의 파도, 세상과 연결되기를 주저하면서도 결국엔 한 발 내딛는 시인의 용기가 진솔하게 그려진다. 허무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우리 누구나 지닌 그 엉망진창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꿈에 빗대어 써 내려간 이 책에서 고선경 시인은 청춘을 피상적인 찬사나 소비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가장 예민하고 가장 생생했던 그 시절의 감각들을 차근차근 되짚는다.
고 시인이 말하는 ‘꿈’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간밤의 꿈이고 또 하나는 현실 너머의 바람이자 기대다. 고선경은 이 두 세계를 넘나들며 글을 쓴다. 뒤섞인 빨래와 읽다 만 책과 펼쳐진 노트북,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베개처럼 너저분하고 복잡한 청춘의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혼란스러움조차 지워내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려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고 시인이‘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경제적 고민에 짓눌리기도 하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기도 하면서 매일을 살아내고 또 쓴다. 시와 일상이 요란하고 고요한 엉망진창이라는 고백은 오히려 독자들에게 묵직한 위로로 다가온다.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는 단순한 청춘의 초상화를 넘어선다. 삶이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꿔온 한 사람의 기록이며 꿈을 꾸는 법과 현실을 살아가는 법 사이에서 길을 찾으려 애쓴 시간의 풍경이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