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정서로 그려낸 삶과 시의 깊이
문학출판

남도 정서로 그려낸 삶과 시의 깊이

박준수 시인 여덟 번째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 출간

황금물고기를 보았네
박준수 시인
“커다란 보리수나무 위에서 탑을 향해 날아갈 때/그들은 일제히 신비한 노래를 불렀어요/그 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그 자리에 멈춰서서/한동안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왓 체디 루엉 사원의 새’중에서)

박준수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황금물고기를 보았네’(문학들)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박 시인이 오랜 시간 탐구해온 삶과 시, 현실과 이상,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시적 사유가 더욱 깊이 있게 응축돼 있다. 그의 시는 남도의 정서와 함께 서정의 밀도를 더해가며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와 성찰을 건넨다.

박 시인의 시는 늘 현실의 아픔과 대면하면서도 아름다움과 희망, 사랑에 대한 동경을 놓지 않는다. 그는 어느 날 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되는 나무 한 그루를 목격한다. “붕대로 감싼 뿌리는 먼 길을 가는 줄도 모르고/암연 속에서 묵상하듯 웅크리고 있다”고 표현한 장면은 관찰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와 함께 깊은 상념을 끌어낸다. 나무가 떠난 자리, 곧 ‘빈 구덩이’를 통해 시인은 생명 있는 것들의 터전에 대한 의미를 묻는다.

태국 치앙마이의 오래된 사원 위에서 날아오르는 새들의 노래를 듣고, “한동안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시구에서는 현실 너머 이상 세계에 대한 시인의 동경이 담긴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힘든 경계선에서 오늘도 외로운 양치기가 되어 피리를 분다”는 ‘디지털 노마드’의 시구처럼 그의 시는 현실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넘어설 가능성을 품는다.

박 시인은 이사 전날 밤 짐을 챙기며 겪는 정서의 파장을 시 한 편으로 녹여낸다. “기차 소리와 무등산 풍경, 구름 사이로 옅은 미소를 보내는 보름달의 순정을/어떻게 챙겨서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인의 내면은 남도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기억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밀도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은 언어, 감성, 정신의 삼중주로 빚어졌다는 평을 받는다. 시의 해설을 맡은 김규성 시인은 “그의 시에서 언어는 정감 있게 사유를 형상화하는 표현기제로, 감성은 운율과 내재율을, 정신은 시적 여정의 벼릿줄 역할을 한다”며 “남도 시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박 시인의 시에는 ‘사람’과 ‘터전’에 대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나무와 새, 노을과 바람 같은 자연물에 투영된 감정은 인간 존재의 고독과 연대를 함께 품고 있다.

박준수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현실과 이상이라는 이항의 축 위에서 균형을 이루는 시적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에게 공감의 지평을 넓혀준다. 삶의 무게를 감싸 안으면서도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해 시선을 두는 그의 시는, 묵직한 울림과 함께 우리 곁에 오래 남는다.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난 박준수 시인은 전남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첫 시집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 시작한 박 시인은 ‘들꽃은 변방에 핀다’외 6권을 출간했다.
조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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