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노란 풍선 들고 걷는 5·18의 길
특집

“오월의 정신을 오늘의 정의로”…노란 풍선 들고 걷는 5·18의 길

제3회 5·18 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
가족·친구 등 400여명 오월 되새겨

10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5·18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에 참가한 학생, 시민 등이 안전한 완주를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태규 기자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정신, 함께 기억해요.”

지난 10일 오전 8시 30분 전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에는 5·18민주화운동을 기억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모였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 제3회 5·18 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에 참여한 400여 명의 참가자는 5·18 역사와 기억을 품은 ‘횃불 코스’를 따라 광주의 오월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행사장은 오월 풍물패의 북소리로 생기를 더했고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의 표정엔 따뜻한 마음이 가득했다. 시민들은 행사장에서 나눠준 분홍색 우비를 챙겨 입고 노란 우산을 들고서 삼삼오오 인증샷을 남겼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을 맞아 10일 열린 제3회 5·18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에 참가한 학생, 시민 등이 5월 사적지인 광주역을 지나 걷고 있다. 김태규 기자
행사 부스에서는 “역사를 잊은 자에게 미래는 없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와 같은 메시지를 직접 풍선에 적으며 5·18정신을 되새겼다.

행사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은 5·18 기념재단 소속 고명숙 오월지기 안내해설사로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5·18 민주화운동의 최초 발원지인 전남대 정문을 시작으로 신안 사거리를 지나 사적지 2호인 광주역 광장, 사적지 3호 옛 시외버스공용터미널을 거쳐 중앙초등학교까지 약 3.3㎞의 횃불코스를 거닐며 곳곳의 역사적 공간에 새겨진 흔적들을 직접 체감했다. 행사 도중 차량에 타고 있던 시민들이 차창 밖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응원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대다수의 젊은 부모세대들도 5·18을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걷기 행사는 가족 단위 시민에게 5·18의 숭고한 정신을 알리는 장이 됐다.

초등학생 딸 두 명과 함께 참가한 최승회씨(41)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굳건한 신념과 가치를 알려주고자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며 “비가 조금씩 내리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3회 5·18 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 참가자들이 노란 풍선에 5·18희망 글귀를 쓰고 있다. 김태규 기자
나란히 손을 잡고 풍선을 들고 참가한 윤아인(유덕초 6년), 윤수인(유덕초 3년)자매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실제 현장을 걸으며 느끼는 점들이 다르다. 역사 현장에 실제로 와보니 새롭다”고 이야기했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송시형군(숭의중 2년)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 직접 걷고 싶어 참여했다. 말로만 듣던 5·18이 이제는 눈앞에서 느껴진다”고 말했다. 교환학생 유알리나양(대반초 6년)도 “학교 사회시간에 배웠을 때는 생소했는데 직접 보니 실감이 나고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비는 코스가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그치기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우비를 벗고 환한 얼굴로 완주를 자축했다. 도착지인 광주중앙초등학교에서는 광주 5·18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공연과 위대한 공연단의 마술공연이 이어지며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광주 YMCA, 금남로 등 사적지를 개별적으로 탐방하는 자유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조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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