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카페 꽃다비 “지금 가장 예쁘고 맛있는 제철 꽃”
월간전남매일

나주 카페 꽃다비 “지금 가장 예쁘고 맛있는 제철 꽃”

나주 카페 꽃다비 “지금 가장 예쁘고 맛있는 제철 꽃”

찬란한 봄꽃들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내년 봄을 위한 기다림이 시작 됐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했지만 아름다운 꽃을 더 즐길 수는 없을까? 사력을 다해 피고 지는 가녀린 생명을 거둬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꽃차 전문점 ‘꽃다비’를 찾았다.

◇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꽃

작게 움튼 꽃봉오리를 유리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부으니 그 안에서 새생명을 얻어 활짝 피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우러나오는 천연 빛깔과 고유의 향에 아찔할 지경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꽃을 맛본다는 점이 낯설었는데 달리 생각해보면 잎을 우려 마시는 일도 대중화 되기 전까지 어색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매 계절 풍부한 꽃차로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홍차의 나라 프랑스, 차의 나라 중국 등에 역수출까지 시장을 넓힌 상태다.
꽃차는 눈으로 먼저 마신다고 할 만큼 다른 차와 뚜렷하게 정체성이 구별된다. 자연의 빛은 짙게 우러나 고유의 향을 뿜는다. 눈으로 한번, 향긋한 코로 두 번 즐긴 뒤 마침내 입안 가득 머금으니 지친 마음에 자그마한 꽃 한송이 핀 듯 차분해 지는 기분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대다수 중장년층이지만 최근 SNS 업로드를 위해 MZ세대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생소한 탓에 결국 익숙한 커피 메뉴로 주문해버리지만, 나에
손님들에게 차 종류를 설명하는 김순희 대표
게 맞는 꽃차를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꽃말에 따라 고르기도 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꽃을 선정해 마시기도 한다. 꽃마다 효능이 조금씩 다르니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다.
가장 좋은 점은 계절마다 피는 꽃을 즐기는 것이다. 봄에는 팬지, 목련이 좋고 여름에는 연꽃과 장미, 금계가 인기다. 가을에는 구절초와 메리골드, 겨울에는 동백꽃 등이 좋다. 제철 과일처럼 제철 꽃차로 건강과 힐링을 챙기는 것도 경쟁력이다.

◇ 지역마다 꽃맛 미묘하게 달라

김순희 꽃다비 대표
김순희 대표는 장흥, 나주 다도면, 금천면 등에서 보성의 바다와 영산강 등 비옥한 지역에서 40여 가지의 꽃을 키운다. 각각 다른 토질과 바람 덕에 개화시기와 꽃의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수익면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다. 나무에서 열매가 아닌 꽃을 사용하고 농약 없이 가꾸기만 하다보니 병해충으로 자유롭지 못하고 수확량도 들쭉날쭉하기 때문.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성도 날이 갈수록 더 느끼고 있다. 그러나 대도시에서는 절대 발견할 수 없는 영산강 유역의 토종 꽃차를 발견하고 풀꽃과 들꽃들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심오한 꽃차의 세계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는 후문이다.

◇ 야외 채화 절대 금해‥풍매화 등 도리 지켜

가장 중요한 점은 ‘꽃차 한잔의 가치’를 무겁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야외 채화는 금한다. 김 대표의 소신이기도 하고, 이세계의 룰이기도 하다. 개인 농장에서 꽃봉오리가 약간 올라와 향을 안고 있을 때 채화한다. 수정되지 않고 알로 된 상태가 최상품이다. 꽃이 되어 피는 것은 손님 앞에서다. 완전히 개화해 수정이 됐거나 비가 오면 자연의 섭리대로 피게 둔다. 인간은 자연을 이길 수 없다. 내어주는 것만 가져간다.
풍·충·수매화는 종족번식을 위해 꽃차를 만들지 않는다. 매실이나 살구 같은 꽃은 열매를 맺게끔 가리고 솎아가며 따는 원칙과 소신을 지킨다. 김 대표는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처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시구를 좋아한다며 ‘꽃다비(꽃처럼 아름답다는 순우리말)’로 꽃향기 베어들 듯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순희 꽃다비 대표
이날 목련꽃차를 만들다 온 김순희 대표의 손끝은 풀물이 들어있었다.

“꽃은 예쁘지만 꽃차를 만들기 위해 다듬는 손은 이렇게 지저분해져요.”
짧게 다듬은 손톱과 그 끝에 잔뜩 오른 풀물. 거듭 손을 숨기려 했지만 어쩔도리 없이 드러난 그의 손은 어느 누구의 손보다 숭고하고 아름다워보였다.
‘꽃처럼 아름다운’ 이들을 기다리는 꽃다비에 방문하면 언제든지 사계절 내내 제철 꽃을 다시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꽃차에 대한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정보전달 및 식용꽃의 올바른 섭취방법, 건강활용법, 식재료로의 활용법도 아낌없이 알려준다.

오늘, 계절을 착각하고 몰래 핀 꽃 한송이처럼 내 찻잔에도 꽃 한번 피우러 ‘꽃다비’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민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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