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곳]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월간전남매일

[가볼 만한 곳]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국내외 천태만상 주종 즐비…단종품부터 희귀품까지
주종과 광고 변천사로 근현대사 흐름 읽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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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전경
[가볼 만한 곳]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조상의 지혜와 민족정서 배우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국내외 천태만상 주종 즐비…단종품부터 희귀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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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직접 술을 빚어 마시는 가양주 풍습이 있었다. 곡식과 누룩으로 빚지만 첨가하는 재료와 빚는 이의 솜씨, 숙성시간 등에 따라 매번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세시풍속, 관혼상제 등 중요한 날이면 반드시 등장하는 술은 어떤 변천사를 겪어왔을까?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에서 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개인이 수집해온 우리나라 주류의 역사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은 지난 2019년 10월 개관한 전북 완주군 최초의 1종 전문 박물관이다. 단순히 술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우리 술이 가진 역사성과 문화적 우수성을 재조명하기 위해 술에 관한 기록, 제조 도구, 발효, 디자인 변천사까지 폭넓게 전시했다.
설립을 가능케 한 이는 박영국 관장이다. 민족의 정서가 그윽하게 담긴 유물 및 서적 5만 점을 선뜻 기증했다. 그가 수집한 11만 점 중 일부다. 술 문화 보전의 필요성을 느낀 박 관장이 50년간 종이 한 장이라도 주머니에 넣어가며 만든 결과다. 가양주 내력이나 흔적이 있다는 곳이면 지체없이 짐을 꾸려 떠났고, 수십 년 전 문 닫은 양조장까지 샅샅이 뒤져가며 대한민국 술 역사의 산증인이 되었다. 한 번 관심을 가지니 굴러다니는 소주병이 귀하게 보이고 이 빠져 사용 불가능한 막걸리통이 안타까워보였단다. 고물상에 가야 할 물건도 웃돈을 주고 사야 할 보물처럼 느껴졌다. 두 차례 테마박물관을 열었고, 마침내 고향이자 곡창지대인 완주에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하게 되었다.

■민족 정서 담긴 ‘술’‥문화 보전 필요

박물관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함인지 야외마당부터 이목을 집중시킨다. 술 빚던 항아리를 즐비하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주령구와 인근에 상투 튼 이들이 대작하는 선비들의 모습을 형상화해 두었다. 주령구는 14면의 주사위에 벌칙이 적힌 노리개로 신라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는 장난감인데 △삼잔일거(三盞一去) 술 석 잔 한 번에 비우기, △곡비즉진(曲臂則盡) 옆 사람과 팔짱 끼고 술 마시기, △금성작무(禁聲作舞) 노래나 악기연주 없이 춤추기 등 현재와 다를 것 없는 벌칙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한참 붙잡기 제격이다. 본격적으로 사료를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에 입장하면 2층으로 오르기 위한 계단이 가장 먼저 보인다. 양쪽에는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도구들을 전시해두었는데 계단을 오를 때마다 자세히 살펴봐야 하므로 섣불리 발걸음을 뗄 수 없다. 알코올의 발효 온도를 낮추는 ‘동수 동아리’, 맑은 술을 받는 ‘용수’, 체, 되, 함지 등 좀처럼 볼 수 없던 가양주용 도구들이 그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사용된 주세검정용술독도 있어 이곳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천태만상 주종‥주류 문화 변천사

전시관 내 황금술탑
박 관장의 집념이 고스란히 묻어난 박물관의 시그니처는 ‘황금술탑’이다. 2층 상설전시장을 향해 다 오르고 나야만 그 위용을 완전히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술과 세계 각지의 인기 있는 술 2,000병으로 만든 탑은 천태만상 주종들임에도 묘한 조형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탑을 관람하고 돌아 나오면 1,9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주류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설명과 함께 시간순으로 광고 포스터, LP판, 단종된 주류병 등을 나열해둔 공간이 있다. 미성년자나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술병의 변천사를 보며 추억에 젖을 수 있다.
고등학교 동창 모임으로 방문했다는 추영환(67)씨는 “젊을 적 술을 참 많이 마셨는데 그때 먹던 술병을 여기서 다시 보니 옛 생각이 절로 난다”는 소감을 전했다. 친구 이복성씨는 “이렇게 다양한 술이 있는 걸 알았다면 삶이 더 즐거웠을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부지런히 마시러 다녀야겠다”고 웃었다.
술에 관련된 것이라면 전화카드 하나까지 전시된 이곳은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많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아령 대신 술잔 들어’, ‘술 먹는데, 왜 시계가 필요하니’, ‘오늘의 술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어제 마신 술밖에 없다.’ 등 재치 있는 문구가 적혀 술 없이도 담소를 나누기 좋다.

■음주문화서약서 등 술에 대한 경계까지

술의 즐거움을 알았다면 3층부터는 원료와 빚는 과정을 살펴보는 ‘술의 재료와 제조관’,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부침을 거듭해 온 전통주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관’에서 심도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조상들의 양조 기술과 일찍이 가정에서부터 음주 교육을 시작했던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술 문화를 디오라마, 영상 콘텐츠로 배울 수 있다.
술에 관한 예찬만 이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소주 소비량이 세계 1위인 데다 연평균 인당 소주 68병, 맥주 105병, 양주 1명, 막걸리 9병(성인 기준)인 것을 명시해두어 주당들을 뜨끔하게 한다. 그 옆에는 본인이 지킬 수 있는 문항을 고르고 ‘올바른 음주문화 서약서’를 인쇄해 소지할 수 있는 체험 코너가 있으며, ‘내 체질에 맞는 술 바로 알기’도 준비돼 있다. 자신의 체질을 자체적으로 진단해 어울리는 약주와 음식 안주를 추천받을 수 있다.
금주령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코너에서는 세종실록(15년)에 술에 대한 폐해와 훈계를 담은 내용의 글을 확인하도록 붙여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특정 인물에게 잔소리하는 유쾌한 모습들이 이어졌다. 부모님과 함께 온 전주덕일초등학교 5학년 이슬비(12)학생은 “술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박물관 덕분에 편견이 조금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 1960년대 양조장과 대폿집, 1990년대 호프집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주점재현관’과 전국의 전통주 명인명주와 시대변천에 따른 전통주 미래비전을 보여주는 ‘전통주 르네상스관’, 시대와 유행을 고스란히 담은 주류광고 변천사 역시 필수 코스다. 세계의 다양한 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의 술’과 ‘미니어처 전시마당’도 볼만한 구경거리다.

■‘미션추리게임’ 재미와 참여도↑

전문적인 박물관 관람을 위해서는 ‘해설이 있는 박물관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못하다면 모바일기기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물관 측이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와 협업해 AR 기술을 활용한 미션 추리 게임을 운영 중이다.
참여자가 관람과 동시에 ‘탐정 앤 베어’의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 곳곳에 숨겨진 술의 역사와 이야기 수수께끼를 풀어가야 한다. 술 꽃피는 역사관, 술의 재료와 제조관, 주점 재현관, 주류광고 변천사, 야외 정원 등 총 7개의 미션이다.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면 단서가 주어지는데, 그 단서를 활용해 다음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해당 게임을 진행하면 조상들이 술을 통해 어떻게 전통을 이어왔는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역사와 문화에 대해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참여를 원하면 앱스토어에서 ‘로스트404’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면 된다. 혼자 가도 둘이 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박물관으로 모두 함께 떠나보자! /글·사진=민슬기 기자
/민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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