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이 시작되는 광주
월간전남매일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이 시작되는 광주

박미정 광주광역시의원
‘가사노동’의 사회적 인정이 시작되는 광주

글 박미정 광주광역시의원

민선8기의 시정 목표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 광주”다. 처음으로 시정에 ‘나’, ‘개인’이라는 ‘주체’가 들어 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환영할 일이다. 우리 사회는 ‘국가주도 성장지상주의’(박정희 모델), ‘시장주도 성장지상주의’(IMF 모델), 경제성장을 지고지선의 가치로 삼았던 국가동원형 성장지상주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불안, 위험요소를 발생시켰다. 가부장적 획일주의의 희생양이었던 여성들을 비롯하여 다수의 시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정목표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를 위한 시장공약 중 하나가 ‘가사수당’일 것이다.

가사수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논의를 통한 사회적 대타협이다. 광주광역시의회와 집행부가 중심이 돼 각계각층의 이해를 넓히고, 공유 의미를 심화하며, 현장의 지혜를 경청하는 등 공론화가 제도 도입의 전제조건이 된다.
광주광역시 가사노동 인식 및 실태조사 결과

먼저, 공론화를 통해 가사수당과 가사노동의 구분이 필요하다. 가사수당이라는 명칭 때문에 단순한 수당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가사노동자로서 일상의 생계를 유지해 가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해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적 지원 방안으로서 수당제도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1. 6. 16.에 열린 제100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 협약’(‘THE CONVENTION CONCERNING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 이하 ‘가사노동협약’이라 한다)이 채택되었고, 우리 시도 가사근로자 지원육성에 관한 지원조례가 있다.

둘째, 공약이행을 위한 설득력 있는 의미 부여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무급의 가사노동에 대한 급여(수당)제도의 도입은 ‘광주공동체 정신의 구체화’ 이며, 노동 담론의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수당’이라는 명칭보다는 가사노동을 충분히 포함하는 표현으로 이름 붙일 수 있도록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하루 생활시간 가사노동 시간 남성 52분, 여성 2시간 52분이었다. 가정 내에서의 이루어지는 노동의 불평등이 우리사회 전반의 불평등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기왕 광주에서 시작하는 광주정신의 실현은 평등정신이자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광주정신의 사회적 연대이다.

이 공약의 실현은 여성의 노동이라 인식되고 있는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공식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노동은 과거 역사 속의 노예제도, 식민정책 및 강제노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공식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법적인 보호 장치가 없다는 의미였다. 법의 보호 없이 가사노동자는 하루 종일 무수히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적정한 임금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고, 사생활 침해나 폭력, 학대에 대해서도 대응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현대 사회의 가사노동자는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노동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 또한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사회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사노동자는 전 세계 여성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지만 극도의 저임금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광주에서 시작하겠다는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노동시장 불평등의 격차를 좁히고, 가사노동자를 자기 삶의 주체로서 인정하겠다는 공적인 시작이어서 매우 중요하다. 가사노동의 인정은 권력 관계나 상하 지시 구조가 아니라 자발적 관계, 존중과 상호인정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하고, 일을 통해 관계가 확장되고 기쁨이 차고 넘치고,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는 장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가정은 세상이 살아볼 만하다는 것을 배울 수 는 사회교육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주체적 존재로서 나와 서로를 위해 노동하고 이는 가정에서부터 일(노동)하고 가족에게 인정받을 때, 나를 알아가고 알아차리는 것, 가사노동에서부터 배울 수 있어야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주체로서 공동체의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사노동(수당)의 취지가 된다.

필자는 가사노동 불평등의 누적된 결과가 저출생 고령화, 인구절벽, 지역소멸로 이어졌다고 해석한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와 우리를 무탈하고 행복하게 해 주시는 분들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인정해 드리는 것이며, 나와 우리의 삶이 존중받고 빛나게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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