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 만한 곳] 호남호국기념관
월간전남매일

[가볼 만한 곳] 호남호국기념관

민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 ‘호남호국기념관’
전남, 전쟁 당시 국군 아닌 학도병·지역경찰 활약
국내 최초 스마트 탐방 앱으로 흥미로움 더해
6·25전쟁 가상현실(VR) 체험전으로 애국정신 고취

호남호국기념관
[가볼 만한 곳] 호남호국기념관

민족의 혼이 살아 숨 쉬는 곳 ‘호남호국기념관’
전남, 전쟁 당시 국군 아닌 학도병·지역경찰 활약
국내 최초 스마트 탐방 앱으로 흥미로움 더해
6·25전쟁 가상현실(VR) 체험전으로 애국정신 고취

6.25전쟁이 발발한지 73년이 지났다. 자유민주주의의를 지키기 위해 맞선 이들의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번영의 기반을 맞았다. 전국적으로 민간인 희생자와 참전영웅을 찾는 일은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가장 많았던 전남은 국군이 아닌 학도병과 지역경찰의 활약으로 수호할 수 있었음에도 군번과 계급이 없어 발굴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지금,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호남호국기념관을 찾았다.

◇ 호남 최초의 국가수호기관

‘호남호국기념관’은 6·25전쟁 70주년인 지난 2020년 ‘호남의 희생과 헌신, 국가가 기억하고 이어 나가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개관했다. 호남 최초의 국가수호기관인 이곳은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공간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더 가까이 국가보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역사 문화공간이다. 전체 약 3천평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규모로 건립, 상설전시실 3개실과 체험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해 관람객을 맞는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일어난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3년에 걸친 전쟁사를 상세히 설명해두었으며 당사자와 유가족들의 협조를 받아 유품 등을 전시해 현장감을 더 했다. 또, 예로부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던 호남의 특성을 반영해 임진왜란부터 구한말까지의 호남의병의 역사도 다뤘다.

입구에 들어서면 중앙에 ‘호국보훈의 빛’이라는 상징적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름 모를 수많은 호남의 호국 영웅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조형물이다.
호국보훈의 빛 조형물
제1전시실은 보훈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각종 상징물과 영상관으로 구성됐다. ▲호국영웅의 편지 ▲한반도를 뒤덮은 폭풍 ▲벼랑 끝에서 용기로 맞서다 ▲전진과 후퇴, 필사의 전투를 펼치다 ▲끝나지 않은 전쟁 등으로 구분해 각 코너마다 몰입할 수 있다. 특히 ‘호국영웅의 편지’ 코너의 입구에서는 참전 의지가 담긴 편지와 전쟁 당시 가족과 주고 받았던 편지가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펼쳐진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들이며 아버지였던 평범한 이들이 국가와 가족을 위해 총을 쥘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과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편지는 눈물이 절로 날 수 밖에 없다. ▲한반도를 전쟁으로 뒤덮은 폭풍은 남침 공격 개시의 암호명이 ‘폭풍’이었던 것에 기인했다. 1945년 광복한 이후 이념의 대립으로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결국 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과 이후의 전개를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제2전시실은 항일 의병과 호남지역의 국가수호 이야기를 담은 3개의 상설전시관이 마련 돼 있다. 국군, 경찰관, 학도병의 이야기와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호국영웅들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유해발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 제3전시실은 6·25전쟁 가상현실(VR) 체험전과 나라사랑 놀이터 등 아이들을 위한 체험 코너들이 마련 돼 보다 현실과 가깝게 체험해볼 수 있다.

◇ 잊혀진 영웅들 ‘학도병’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 물자를 대주던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서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若無湖南是無國家)’”는 말을 남겼다. 예로부터 호남은 곡창지대와 지리적 요충지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이었다. 호남의 애국정신도 남달랐다. 6.25 전쟁 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병역의 의무가 없는 학생들도 조국 수호에 앞장 섰다. 전남만 약 4만명이 참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전쟁 발발 18일 만에 여수, 순천 등 전남 동부지역 17개 학교, 180여 명의 학생들이 자원입대했다.
호남호국기념관에서는 당시 국군이 후퇴를 거듭하는 긴박한 상황에 입대 약 10여일만에 전선에 투입된 학도병 최초의 전투인 ‘화개전투’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학도병은 무기와 병력, 경험 등 열세한 상황에서도 북한국의 진격을 지연시켜 피난민들을 구출했고 진주·함안·마산 진동리전투에서도 낙동강 방어에 큰 공을 세웠다. 호남국군기념관에서는 이같은 역사적 사실과 전쟁 후 학도병의 삶을 살피고 전사·실종한 학도병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 차일혁 경무관과 호남경찰특별기획전

호남은 학도병과 함께 지역경찰의 활약이 컸다. 이에 호남호국기념관은 작년 10월 21일 경찰의 날부터 <1950, 호남 경찰> 특별기획전을 기획했는데 반드시 관람하고 가야할 필수 코스다. 1945년 호남 경찰의 창설부터 6·25전쟁에서 활약한 호남 경찰의 전투과정, 전쟁 이후 호남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빨치산 진압작전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역민들조차 알지 못한 호남 경찰의 수많은 전투사를 되돌아볼 수 있다. 호남호국기념관 측은 경찰 자료와 경찰박물관, 곡성경찰서, 이윤정 경찰대학 교수, 차일혁기념사업회 등에서 소장한 유물과 사진 자료 총 123점을 전시해 실감을 더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차일혁 경무관이다. 6·25전쟁 당시 총경이었던 차 경무관은 화엄사를 비롯해 지리산 일대 등 호남지역 사찰을 불심으로 지켜낸 인물이다. 남부군을 토벌하기 위해 지리산에 도착한 전투 경찰대 제2연대장 차 경무관은 빨치산 은신처로 이용되고 있는 구례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각황전의 문짝만을 태우는 기지를 발휘했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재건하는데는 천 년 이상의 세월로도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화엄사뿐 아니라 지리산의 천은사, 쌍계사와 모악산의 금산사, 장성 백암산의 백양사, 고창의 선운사 등 사찰은 토벌 작전에 방해가 되기 일쑤였지만 그는 번번이 지켜냈다. 정부는 천년고찰을 지켜낸 공로를 인정해 경찰공무원으로는 처음으로 보관문화훈장을 수여했고, 경찰청도 2011년 8월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 추서했다. 호남호국기념관은 그가 실제 착용하였던 야전상의와 방탄모, 반합, 수통, 쌍안경 등의 군장류를 최초 공개해 역사적 활약상을 조명했다.

◇ 국내 최초 스마트 탐방 앱 국내 최초 호국 큐레이터

조용한 관람도 좋지만 ‘호남호국기념관 스마트 탐방 앱’으로 호국3총사(호군이·호경이·호남이)와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기념관 3D도슨트’, ‘호국큐레이터’, ‘퍼즐게임’, ‘호국 포토존’ 메뉴로 구성되어 있어 막연히 전쟁이 무섭거나 어렵게만 다가오는 이들에게도 흥미를 자극할 수 있다. ‘기념관 3D도슨트’는 호국3총사가 도슨트가 되어 기념관 1~3전시실을 소개하는 영상이다. 관람객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호국3총사의 표정과 움직임을 3D로 생생하게 연출했다. ‘호국 큐레이터’는 호국3총사가 관람객에게 6·25전쟁 이야기를 해설하는 비대면 상설전시 연계 교육 서비스로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하여 관람객의 전시 관람 위치에 따라 맞춤형 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남호국기념관 어플
‘퍼즐 게임’은 전쟁터로 향하는 호국3총사에게 장구류(철모, 총 등)를 찾아 무장시켜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근거리 무선 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관람객이 호국 큐레이터의 해설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장구류 조각을 하나씩 획득할 수 있게 하여 전시 관람에 보다 흥미를 갖도록 기획했다.
/민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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