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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흑임자라떼 ‘들깨슈페너’ 인기
부지런한 교육 참여‥청년창업농 본보기
장성군에는 용의 전설이 내려온다. ‘가온(가운데의 옛말로 세상의 중심이 되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가진 황룡이 인간의 형상으로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덕을 쌓는 이들을 돕기도 한다는 이야기다. 21세기인 지금, 용의 현신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지만 전설 속 용처럼 이웃들과 어울리며 귀농 생활을 즐기는 여성CEO를 만나본다.
= 노란 아기 용의 집
사계절 내내 개성 강한 꽃으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장성군. 이곳에 방문한다면 반드시 들러야할 장소가 있다. 용의 순 우리말인 미르와 집(堂)을 조합해 아기 용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신생 카페 ‘미르당’이다.
건물 안팎은 황룡의 색을 모티브로 해 샛노랑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먼 발치에서도 눈에 띄는 이유다. 카페명을 따라 아기 용처럼 아이들이 마구 뛰어놀 수 있도록 400여평의 야외 정원도 마련 돼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떡 체험이 이뤄지기도 한다.
구석에 놓인 소품 하나까지 신경 써서 놓은 티가 나는 미르당은 도시계획엔지니어로 근무했던 홍서연 대표가 경험을 살려 유휴공간과 기능성을 살린 곳이다. 귀농 13년 차인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난 이곳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와 사진찍기 좋은 환경으로 장성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 ‘진짜’ 들깨와 단호박 들어간 커피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들깨슈페너라떼 ▲미르(단호박)라떼 ▲미르알톡젤리소다 ▲단호박꽃떡 등이다. 도무지 커피와 연상시키기 어려운 들깨와 단호박의 조합이지만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고소함에 재방문하게 된다. 실제 들깨슈페너라떼는 곱게 간 들깨를 달콤한 크림과 섞어 라떼 위에 듬뿍 얹은 뒤 잘 볶은 들깨로 장식을 해주는 메뉴다. 고소한 들깨의 향과 쌉싸름한 커피의 맛, 부드러운 크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다. 곡물과 커피 중 어느 쪽도 치우치지 않는 적절한 균형감이 특징이다. 간혹 톡톡 씹히는 들깨는 식감의 재미를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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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조합하기 힘든 재료로 독특하고 맛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강릉의 흑임자라때를 줄 서서 먹는 것을 보고 들깨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13년여전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급히 귀농한 후 방앗간 일을 도맡아했는데, 직접 생산한 제품을 가장 신선하고 좋을 때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합은 성공적이었고 인근 지역인 광주와 나주 등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다. 강릉의 흑임자라떼처럼 장성을 대표하는 커피 전문점으로 성장하겠다는 바람은 성공했다. ‘미르당’에만 있는 메뉴 덕분에 ‘장성’에 방문해야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 미르당은 다음 신메뉴로 애플파이와 미숫가루를 준비 중이다.
= 후배 귀농인들에게 도움 주고파
사실 미르당은 홍 대표의 귀농 13년여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집약체다. 매번 성공만 했다면 나오지 못했을 결과물이다. 처음 부딪힌 사업에서는 소위 ‘꾼’들에게 글꼴 저작권 시비가 붙거나 간단한 홍보용 문구 하나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 당하는 등 순탄치 않았다. 하지만 파란만장한 풍파를 남다른 다재다능함과 부지런함으로 헤쳐나왔고, 없는 시간도 쪼개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장성군농업기술센터 등이 마련한 교육에 부지런히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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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의 한계는 지역의 도움으로 일어설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뿌리 내린 지역에 갚고 싶은 고마움도 크다. 홍 대표는 “감사한 마음으로 후배 귀농인들에게 세심한 코칭까지 아끼지 않고 전수해 실수를 줄여주고 싶다”는 의지도 보였다.
/민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