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도초도] 아름드리 팽나무...사람과 자연 공존을 꿈꾼다
특집

[신안 도초도] 아름드리 팽나무...사람과 자연 공존을 꿈꾼다

3.2㎞ 끝없이 펼쳐진 ‘명품 팽나무 숲길’ 조성 한창
약방·전파사 등 화도 옛 골목엔 지난날 영화 온전히
흐드러지게 핀 수국 장관…26일부터 ‘섬 수국축제’

신안군은 2018년부터 도초도에 팽나무 숲길 3.2km를 조성 중이다.
[전남매일=신안]이주열 기자= 끝없이 펼쳐진 청정바다와 1004개의 보석 같은 섬이 어우러진 신안. 바다위의 꽃 정원, 신안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은 저마다 이야기거리 천지다. 신안군은 자연이 내어준 섬들을 디자인하는데 한창이다. 꽃과 나무, 숲이 사람과 조화를 이뤄 공존하도록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중이다.

그중 볼거리, 먹거리가 지천인 도초도에는 전국 유일의 ‘팽나무 명품 숲길’이 주목받고 있다. 길게 늘어선 아름드리 팽나무의 수태는 경외로울 정도다. 바람과, 공기, 하늘과 호흡하며 높이 솟은 기세가 자유롭다. 팽나무 아래 수줍게 흐드러지게 피어오른 알록달록한 수국도 정겹다. 끝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팽나무 숲길은 자연이 내어주는 쉼이다.





◇팽나무 명품 숲길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한 시간 남짓 소요되는 도초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명품 섬이다. 배가 닿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화도로 불린다. 불을 피워 선박의 등대 역할과 서남해안 해상교통 및 어업경제권의 요충지 역할을 했다.

신안군은 현재 도초면 화도 선착장에서 수국공원까지 이어지는 팽나무 숲길을 조성중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명품 길이자 폼 나는 길이다. 팽나무 숲길은 3.2㎞로 현재 1.5㎞ 구간에 팽나무 304주와 후박나무 200주, 감탕나무 700주가 들어섰다. 팽나무 명품 숲길은 박우량 신안군수가 민선7기 ‘늘 푸른 생태환경의 아름다운 신안’을 위해 각 섬에 어울리는 꽃과 나무, 숲을 조성해 바다 위 꽃 정원을 만들겠다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화도 선착장에서 내려 옛 골목에서 추억을 쫓다 보니 팽나무의 향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팽나무 아래 서니 바람도 숨을 죽였다. 잎과 가지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엷게 귓가에 스친다.

키 큰 팽나무 밑에는 울긋불긋 꽃 천지다. 수국, 천리향, 석주패랭이, 애기범부채, 피어리원드, 은사철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팽나무는 물과 공기가 잘 통하는 모래자갈땅을 좋아한다.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곳에 치우쳐 사는 이유다. 자연에 최적화 된 도초도에서 팽나무 숲길은 안성맞춤인 셈이다.

팽나무 숲길을 조성하기까지 사연도 많았다. 신안군은 지난 2018년 도초도에 사계절 꽃피는 1004섬 공원화 사업을 위해 명품 숲 조성을 계획했다. 당초 메타쉐콰이어 숲길을 조성키로 했지만, 이미 유명세를 떨친 담양과 화순의 메타세쿼이아 길보다 특색도, 강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각종 수종을 도초도가 지닌 매력에 덧칠하기 위해 대비해 보며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박우량 군수와 공원녹지과 직원들은 ‘고귀함’을 뜻하고 마을의 안녕, 풍요를 기원하는 팽나무로 택했다. 그리고 도초도의 명품 숲길에 제격인 팽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으로 발품을 팔았다.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찾아가 한두 그루씩 흩어져 있던 70년 이상 된 팽나무들을 기증받았다. 그렇게 한 구루, 두 그루 심다 보니 상상도 못했던 숲길로 변했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숲길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팽나무의 운반은 한편의 영화 제작과정을 방불케 했다. 덩치 큰 팽나무들을 화물차에 실어 야간에 차량이 뜸 할 때만 이동했다. 도초까지 배편을 이용 할 때도 야간에 화물선을 이용해 운반했다. 화물차에는 한주의 팽나무만 실어서 옮겼다. 자연에서 자생한 근원 직경 40cm~100cm까지의 팽나무만 운반하고 심었다.

지난 1월부터 토지 매입을 시작해 3월부터 성토를 거쳤다. 총성토량은 5만7,000m3에 이르고 300명의 인력과 100여대의 중장비, 300대의 화물차가 투입됐다.

잔여구간에는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팽나무 300주를 식재 할 계획이다. 팽나무 숲길은 조경설계와 발주 시 150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에 비해 신안군이 자체적으로 추진한 결과 40억원 정도로 예산을 절감했다.



수국 200만 송이가 형형색색 만개했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섬 수국축제’가 열린다.
◇옛 골목의 정취 가득

도초면 화도권역은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는 내년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됐다.

오는 2025년까지 특화된 어촌권역을 조성해 관광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신안군은 화도 옛 골목 복원과 생태하천정비, 간재미 섬 문화 마당 조성에도 나선다.

전국 최대 규모의 수국공원과 연계한 명품 숲길 수국 테마로드와 체험장, 주거지 색채경관정비 등도 함께 추진한다. 250m에 이르는 화도 옛 골목엔 지난날의 영화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지나 온 삶의 흔적이 곳곳에 온전하다. 약방, 전파사, 철물점, 이발관, 미장원 간판이 그대로다. ‘도초의류’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뒤엉켜 있다. 야트막한 담장을 끼고 도니 모텔보다는 여관이 어울릴법한 묵어가는 곳도 눈에 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양조장’도 반갑다. 인근에서는 탁주로 꽤나 알려진 삼호도갓집의 원조다.

옛 골목의 끝자락엔 지난 1963년에 문을 열어 30여년을 한 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해 온 우체국이 정겹다.

영화 ‘자산어보’가 촬영된 도초도 초가집.
◇수국축제와 정약전

도초 수국공원에서는 ‘섬 수국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섬 수국축제’가 열린다. 여름의 전령으로 알려진 수국 200만 송이가 형형색색 만개했다.

애기동백과 느티나무, 다양한 수목 3,000주가 식재돼 볼거리도 다양하다. 이번 축제의 주제는 ‘꿈과 희망이 있는 Flopia 천사섬’이다. 수국꽃 압화 체험과 수국꽃차 시음, 수국부케 전시, 천연재료 손수건, 편백 침향 주머니 만들기 체험 행사 등 관광객 맞을 준비를 마쳤다.

팽나무 명품 숲길을 벗어나 좌우로 펼쳐진 논밭을 지나 발매리로 향하면 고즈넉한 초가집 두 채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촬영한 영화 자산어보를 찍은 장소다.

흑산도로 유배당한 정약전이 섬 청년 창대를 만나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벗의 우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함께 집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준익 감독이 장소를 물색하다 이곳의 경치에 반해 촬영지로 택했다. 초가집 한채는 정약전이 머물렀던 곳이다. 건너채는 방 한칸과 외양간이 전부다. 마루에 앉으니 시원한 바람이 옷 속으로 마구 파고든다. 서늘하기까지 하다. 잠시, 당시 정약전 선생도 이러했으리라 억측을 부려본다. 초가집 뒤편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압권이다.

아득히 피어오르는 해무 때문에 바다 끝에 보이는 우이도가 신비스럽고, 발 아래 천길 낭떠러지가 무섭게 달려드는 파도를 내친다.

이밖에 도초도에는 고란리와 외남리 외상마을, 수항리 궁항마을을 지키는 석장승과 주변에 감나무가 많다고 해 ‘시목’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시목해수욕장 등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명소들이 지천이다.
이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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