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씨 5·18 민주화운동 소재 ‘오래된 뿔’출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 한국 현대사 문학적 승화
지난 1980년부터 2004년까지의 파란 많은 한국 현대사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고광률 씨의 장편소설 ‘오래된 뿔’(전2권)이 출간됐다.
올 ‘호서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지난 2004년 현직 대통령의 탄핵과 총선, 민주화 이후 처음 치러진 1987년 총선, 1980년 광주항쟁 등 24년의 시간을 오가면서 불행했던 현대사의 이면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파헤친다.
그간 단편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등을 그려온 작품은 있어 왔으나, 우리 현대사를 유기적 연결고리로 꿰뚫으면서 통시적으로 구현해 낸 작품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전을 무대로 삼은 이 소설은 1987년 총선을 며칠 앞둔 지역신문 기자 박갑수의 의심스러운 죽음으로 문을 연다.
친구인 기자 양창우는 충격 속에서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기 시작한다.
광주항쟁 당시 광주에서 야학활동을 하던 박갑수는 외국인 기자들에게 학살소식을 전하는 활동을 하다가 군에 요주의 인물로 찍힌다.
5·18 진압군이던 장상구는 박갑수로 오인돼 잡혀온 쌍둥이 동생 박갑영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체 유기를 도왔던 부하 서창수 마저 죽이려다 실패하자 교련복 차림의 학생을 살해하는 것으로 분풀이를 한다.
지역 국회의원이자 대학 설립자의 아들인 장상구는 1987년 총선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서창수와 박갑수를 처치하려 한다.
출세를 위해 정략결혼을 했던 장상구는 바람기가 다분한 아내가 전방의 오지생활을 견디지 못하자 부하 서창수를 아내의 성적 노리개로 제공했다.
장상구의 사주를 받은 깡패 두목 박태춘은 서창수를 유인해 살해하고 박갑수도 장상구가 미국 어학연수까지 보내가면서 몰래 키운 조폭 청년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소설 속 현재인 1987년과 그 ‘원죄’에 해당하는 1980년을 수시로 오가면서 퍼즐을 맞추듯 범행의 배후와 배경을 쫓는 추리적 틀이 인상적이다.
고광률 씨는 1993년 광주를 방문한 뒤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2004년 초고를 집필했으며 2010년부터 2년여 개작을 거쳐 발표했다.
무거운 소재를 흥미롭게 다루기 위해 복잡한 플롯을 짜고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그는 “젊은 독자들에게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려 주고 싶어 추리적 기법이라는 당의정을 가미했다”며 “과거를 방기한 사회는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루지 못하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최상규, 박범신의 추천으로 단편 ‘어둠의 끝’을 ‘호서문학’에 발표하며 등단한 고광률 씨는 17인 신작 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에 ‘통증’으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