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남도> 장흥 상선약수마을&보림사
기획

<이야기가 있는 남도> 장흥 상선약수마을&보림사

오염되지 않은 산·강·바다…
고택·옛 정원과 조화 이룬 곳

“최상의 선(善)은 물(水)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다.” 최고의 선은 물의 현상과 같다는 노자의 말이다.
‘물’ 하면 장흥을 빼놓을 수 없다. 탐진강을 끼고 물축제를 하는 곳 아닌가. 또 여기서 ‘물’과 연관된 장흥의 명소는 상선약수마을이다.
장흥군에서 지정한 농촌 체험 마을 가운데 한 곳인 상선약수마을은 장흥읍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마을에는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100일 넘게 핀다는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연못이 있다. 장흥은 오염되지 않은 산과 강, 바다가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는 청정 지역이다.
억불산 서쪽 산림욕장 옆 마을 평화리.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연못을 자랑하는 농촌체험마을이며 오래된 약수터가 있어 ‘상선약수마을’로 불리고 있다.
억불산 봉수대가 설치되고 관리하는 병정들이 거주하면서 정화소로 불리었다가 고구려 왜구 토벌을 왔던 신경원에게 내린 사전을 따라 온 손자 신원수가 정착하면서 평산인의 화속지라하여 평화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1770년경 장흥고씨 고석겸이 이주해온 이후 장흥고씨의 세거촌이 됐다.
상선약수마을은 짙은 숲과 마을이 한데 어우러지는 정취가 빼어나다. 마을 가운데 연못 송백정에서 고영완고택으로 이르는 어둑한 숲길은 아름드리 나무와 음지식물, 그리고 대숲이 어우러져 여름이면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300년 이상된 참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동백, 대나무 대숲이 가옥들 뒤편에 자리잡고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상선약수마을은 고택과 옛 정원과 샘이 아름다운 마을로 운치 있는 배롱나무 군락과 대나무 숲길도 만날 수 있다.
백일홍수목 군락지는 보존가옥 앞쪽 방죽이다. 300년 이상 된 적송4그루와 동백나무, 철쭉이 어우러진 조그만 섬이 있는데 독립운동가인 고영완의 조부가 심었다는 100년 이상 된 굵은 배롱나무 (흰색, 빨강색, 보라색, 연두색 등) 5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룬다. 수목군락지로 보호 지정되어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보림사도 빼놓을 수 없다.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의 보림사, 중국 가지산의 보림사와 함께 동양 3대 보림의 하나로 불리우는 우리나라 선종의 유래가 된 고찰이다. 절집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경내에는 아름다운 국보와 보물이 가득하다.
이곳에 원표가 터를 잡을 당시인 759년에는 초암(草庵)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하며, 연기설화(緣起說話)가 이곳을 찾는 이들을 흥미롭게 하고, 곳곳에 그와 관련된 땅 이름이 남아 있다.
신라말 원표가 인도에 있을때 신비한 기운이 삼한의 밖 아득히 먼곳으로부터 비쳐와 그 기운만을 바라보고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오묘한 곳을 찾아내 자리를 잡으니 그곳이 바로 보림사. 산세가 인도의 가지산, 중국의 가지산과 같아서 가지산이라 명하고 지어진 절이라는 창건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옛 모습의 보림사는 웅장하고 수려한 모습이었으나 조선시대 숭유억불책으로 쇠락하다가, 한국동란 병화를 겪기도 했다. 현재 보림사에는 국보 제44호인 3층석탑 및 석등,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사나불 등의 국보와 보물, 지방문화재가 남아 있어 역사의 흐름과 우리나라의 불교 미술사를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장흥하면 편백나무숲을 빼놓을 수 없다.
장흥군 억불산 기슭에 자리한 우드랜드는 약 100ha에 40년생 이상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숲을 이룬 건강휴양촌이다. 우드랜드의 매력은 숲체험. ‘치유의 숲’으로 이름붙인 이곳의 숲체험은 간단하다. 데크로드를 따라 편백나무숲을 그저 천천히 걷는 것이다. 걷는 것만으로 삼림욕 효과는 충분하다.
우드랜드의 데크로드는 억불산 정상부 인근까지 설치되어 있는데, 놀라운 점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이 정상부까지 데크로드를 따라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러 계단을 만들지 않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지그재그로 데크로드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에게도 치유의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사실 편백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피톤치드(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방출하는 항균성분)를 몇 배나 더 방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두 배 이상의 피톤치드를 생산하는데, 편백나무는 다른 침엽수종인 잣나무나 소나무보다도 훨씬 더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내뿜는다고 한다.
특히 편백나무는 천식이나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에도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나무가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 계절은 여름이고, 시간대는 낮 12시 전후라고 한다. 당연히 이 시간대에 삼림욕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다.
데크로드를 따라 편백나무숲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좀 더 느긋하게 길의 질감을 느끼고, 편백의 향기를 맡으며 천천히 거닌다면 몇 시간이 걸릴 지 장담할 수가 없다.
최진화ㆍ장흥=이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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