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T 해킹 사태로 유심 무료 교체가 시작된지 이튿날인 29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의 한 대리점에 ‘유심 재고가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
혼란이 가중되는 사이 SKT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됐고 관계기관은 2차 가해에 대해 주의보를 내렸다.
◇“유심교체 문의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꼼꼼한 안내를”
광주시 남구 봉선동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50)는 29일 “하루 100통 넘는 전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불안한 감정을 이해하지만 다른 손님 응대가 어려울 정도로 전화 문의가 폭주하고 매장 입구에 유심 교체가 어렵다는 안내문을 붙여도 많은 손님이 문을 열고 물어본다”며 “어쩔 수 없이 전화 응대만 담당해 줄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급하게 고용했다. 이익이 줄어드는 셈인데 해킹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언제까지 사태가 이어질지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광주시 내 SKT 대리점 대부분은 입구에 ‘유심 품절’과 같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온라인 예약 등에 전날보다 방문객은 줄었으나 매장 전화벨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출장 중’ 이라고 매장 입구에 안내했지만 택배가 쌓여있는 것으로 미뤄봤을때 휴업한 곳으로 판단되는 매장도 있었다.
특히 점주들은 ‘불만을 품은 손님들의 폭력·폭언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화정동 소재 휴대폰 판매점주 정 모씨(35)는 “유심 교체가 어렵다는 안내에 벌써 10명 넘게 폭언을 쏟았다”면서 “오늘 진주에서는 유리병을 던지는 등 실제 폭력행위가 있었다는데 사태가 진정될때까지 매장을 닫아야 하나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고객들 대탈출 시작
통신업계에 따르면 유심 무상교체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28일 SKT 가입자는 3만 4,132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한 가입자들은 다른 이동통신사와 알뜰폰으로 향했는데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가 각각 2만 399명·1만 3,733명 늘었다.
다만 보조금 증가 등에 8,729명이 SKT에 새로 가입하면서 합계 순감소자는 2만 5,403명 수준이다.
기존 SKT 일일 번호이동 순감 규모는 100명 내외였다. 이번 정보 유출 사고 이전에는 번호이동 이탈이 가장 많은 날에도 하루 순감 규모가 199명에 그친 점 등을 고려하면 약 200~250배 증가한 셈이다.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용자까지 합하면 이탈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이탈 사태는 유심 정보 유출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심 무상 교체와 관련해서도 수만명이상 대기가 이어지고 T월드 등 고객센터 앱이 먹통이 되는 등 불편이 커진 것도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단말 고유식별번호 유출안돼”…최악 피했어도 2차 가해 주의
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정부가 가입자 전화번호, 가입자식별키(IMSI) 등 유심 복제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 4종 등의 유출을 이날 확인했다
아울러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 유출은 없었다고 확인하면서 복제한 유심을 다른 휴대전화에 꽂아 불법 행위에 악용하는 이른바 ‘심스와핑’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행히 해커가 이용자의 단말기와 가입자 고유정보를 조합해 휴대전화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최악의 사태 우려는 없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 해킹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어서 다른 중요 정보의 유출 가능성 등 잠복해있을 위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혼란을 틈타 2차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강조했다. 대표 수법은 ‘휴대전화를 껐다 켜라’, ‘재부팅하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 기기가 꺼진 짧은 순간을 이용해 제어권 탈취, 추가 악성 행위를 시도하는 것이다.
또한 공포감을 부추겨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스미싱’ 공격도 경계 대상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나 링크를 클릭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재부팅 후 보안점검을 진행하지 않으면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 등의 피싱 메시지가 오면 절대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