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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덕은 교수 |
이번 시집은 단정한 언어 안에 숨어 있는 슬픔과 사색, 삶의 풍경들이 정갈하게 배치돼 있다. 예술이 치유와 성찰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감성과 명상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작은 쉼표가 돼준다.
이 시집의 특징은 김지우 화백의 만다라 그림이다. 꽃의 걸음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남기는 문장들 그리고 만다라가 주는 시각적 울림은 이 시대의 예술이 지향해야 할 깊이와 치유의 방향을 보여준다.
김 화백은 “만다라를 그리는 자체가 나에게는 명상이었다. 지난 몇 년간 200여 점의 만다라 작품을 완성해왔다”고 말한다. 그림은 반복적이면서도 집중된 선의 구성을 통해 무의식의 감정을 끌어올리고 의식이라는 빛과 통합되며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온다.
두 사람의 협업은 단순한 동반 출간이 아니다. 박 교수는 “김지우 화백은 만다라를 통해 꽃을 피웠고, 나는 시를 통해 향기를 펼쳤다”고 평하며 예술적 인연에 대한 시적 성찰을 덧붙였다.
강천미술관과 강천조각공원을 운영하며 예술문화 공간을 꾸려온 김 화백의 만다라 작업과, 오랜 시간 언어와 감성의 세계를 탐구해온 박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시집의 제목 ‘꽃의 걸음이 고요하다’는 두 사람의 예술 철학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꽃은 김 화백의 만다라에 자주 등장하는 연꽃의 이미지이자, 박 시인이 시로 피워낸 감성의 상징이다.
강경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은 “박덕은 교수의 시가 우주의 본질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의 길로 이끌어 독자들에게 영혼의 정화를 체험하게 한다”고 평했다.
박 교수는 문학평론과 동화, 시에 이르기까지 문단의 여러 장르에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중견 작가다. 전북대학교 문학박사이자 전 전남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활동했고, 전남도 문화상·김현승 문학상·광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