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인자 동화작가 |
무수한 세상의 이야기들 중 또 어떤 작품이 새롭게 세상과 만나게 될까 큰 기대를 품고 응모된 작품들을 읽었다. 요즘 환타지나 SF가 소위 대세라고 말하는데 응모된 원고들은 대부분 사실동화였다. 그 중에서도 할머니와 손주의 이야기가 많았고, 어른이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거나 회상하며 교훈이 드러난 작품들도 꽤 여러 편이었다. 물론 동화를 이론적으로 규정하고 정의 내리지 않더라도 지금의 어린이를 들여다보고 어린이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만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잠복근무 중’은 할머니에게서 나오는 이상한 소리가 소재다. 보청기 배터리가 닳아 삐삐거리는 것을 아이는 할머니가 비밀요원이라 생각한다. 재미있는 상상력이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버려 아쉬웠다. 아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주제가 확장되었다면 지나치게 소품 같은 인상은 덜 했을 거다. ‘콧기름을 훔친 머구’는 마술사의 조수로 일하는 개가 마술사라는 꿈을 위해 현재를 견디고 있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개가 모자 속 나라 비둘기와 만나는 것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런데 결말이 모호했다. 모자 안의 세상이 추상적이고 개가 굳이 마술사가 되어서 무얼 하고 싶은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두 작품 모두 결말이 아쉬웠다면 ‘악몽바자회’는 미덕이 있었다. 놀림을 받는 주인공이 악몽을 꾸고 악몽을 탈출하기 위한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자회를 열고 꿈을 판다.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이들의 노력이 눈에 들어왔다.
입맛 없는 할머니를 위해 꿈을 산다는 아이, 감기 때문에 식욕을 잃어 되찾기 위해 꿈이 필요한 아이. 누군가는 악몽이지만 누군가는 필요한 꿈이었다. 더구나 더 이상 놀리지 말라는 것이 주인공이 원하는 꿈 값이라니. 아이다웠고 또 절실했다.
몇몇 부분은 다소 진부한 표현들이 걸리기는 했지만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끝까지 아이들 편을 들어주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물질이 압도하는 시대, 그럼에도 가치를 좇아 글을 쓰는 분들께 존경의 인사 및 포기하지 마시라는 위로와 함께 당선되는 분께는 뜨거운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