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신춘문예]동화 부문 심사평 / 김남중(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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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매일-신춘문예]동화 부문 심사평 / 김남중(동화작가)

전쟁 중에는 더 많은 동화가 필요하다

김남중 동화작가
전년보다 늘어난 응모작들을 하나씩 읽다가 문득 가슴이 서늘해지곤 했다. 동화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와 성장의 문학인데 고단하고 냉엄한 현실이 여지없이 반영된 작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도 버거웠던 지난 한 해는 아이들에게 더한 아픔을 주고 흉터를 남겼다. 이 또한 기억하고 준비하면 미래를 위한 백신이 될 테니 동화가 안아야할 숙제인 건 분명하다.

다양한 작품을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뜻밖에 자기 작품의 장점을 못 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쉬웠다. 주저 없이 세 작품을 본심에 올렸는데 저마다 장점이 뚜렷한 작품들이다.

<내 이름을 불러줘>는 따돌림 당하는 친구를 위해 일어서는 소녀를 그렸는데 5.18의 상처를 술로 달래는 할아버지의 사연이 무거워 이야기의 중심이 기울어진 듯 했다.

<나만의 자세로>는 발이 큰 소녀의 이야기인데 소재가 독특하고 장악력도 뛰어나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같은 왕따 처지이면서도 굴하지 않고 방향을 제시하는 사촌이 혼자일 때와 친구들 사이에 있을 때가 달라 보이는 시차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어색한 전쟁>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며 격리에 들어간 가족들이 서로의 문제를 발견하지만 공통의 문제에 직면해 서로 인정하고 의지하여 극복하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당대를 급히 반영하려다가 소재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솜씨 좋게 동화로 풀어냈다.

장점이 더 많은 <어색한 전쟁>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며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다른 응모자분들께도 아픈 만큼 더 많은 동화가 필요한 시대의 부름에 화답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약력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전). 2006 올해의 예술상 수상. 『불량한 자전거 여행1,2』, 『나는 바람이다1~11』, 『기찻길 옆 동네』 등 50여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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