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굽어진 둘레길에 간직된 실향민의 아픔
길따라 맛따라

구불구불 굽어진 둘레길에 간직된 실향민의 아픔



<장성호>

고향 떠난 슬픔·그리움 달래는 사진전시
예술공원내 임권택 감독 조명 시네마테크
‘요즘 제맛’ 남창마을 고로쇠 물 마셔봐야



요맘때 갈증을 해소하는데 그만인 고로쇠 생각에 떠나고 싶죠? 장성호를 따라 고로쇠 맛도 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은 어떨까요.
소설가 문순태의 장편소설 ‘징소리’는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실향민의 고향 잃은 아픔을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요.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하는 작품이죠. 갈 곳은 물론 그들의 사랑과 역사, 희망까지 잃어버린 아픔과 몸부림의 절규가 잘 표현된 배경이 장성호 수몰지구입니다.
오늘은 그 장성호를 따라가는 여행입니다.


장성호를 따라가는 길가 장성댐은 1976년 농업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장성호는 백암산과 입암산 계곡이 만든 영산강의 큰 줄기라고 볼 수 있죠.
옛 장성군 북상면의 마을들이 이곳 장성호에 잠겼죠. 도시를 떠돌다가 돌아와 물속에 잠긴 고향을 보면서 옛 친구들을 그리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장성호 관광지에는 이렇게 고향을 잃은 실향민들을 위한 장소로 고향에서 씌였던 농기구와 옛 모습의 빛바랜 사진들까지 고향을 그리는 장소가 되는 공간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북상면 마을들이 이곳 장성호에 잠기고 고향을 떠난 이들의 심경이 느껴지는 듯, 수변의 임도를 따라 장성호 둘레길을 따라 가는 길엔 구불구불 굽이쳐 호기심과 설렘도 함께 하는데요. 겨울 여행을 만끽할 좋은 코스이기도 하죠.
왼편으로 검푸른 장성호가 오른편은 산골짜기로 연결된 오솔길들도 정겹게 다가옵니다. 이 길 역시 봄과 가을엔 애기단풍의 아름다운 길이지만 지금 겨울은 쓸쓸함과 고즈넉함까지 느끼게 되는데요. 멀리 발 아래로 펼쳐진 호숫가에 드리운 한낮의 햇살들이 반겨줘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죠.
햇살 부서지는 장성호의 물빛따라 드라이브로도 좋구요. 자전거 길이 호숫가 쪽으로 나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려볼 수도 있구요. 혼자만의 시간으로도 좋은 장소죠.
장성호를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 장성호 예술공원입니다.
장성호 예술공원은 장성호가 내려다 보이는 아치형 언덕으로 103점의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학창시절 한번쯤 교과서를 통해 접했을 만한 시와 그림, 서예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망대가 있는데요. 이곳 전망대는 장성호가 넓게 펼쳐진 곳으로 아름다운 장성호의 멋을 한껏 느낄 수 있죠. 이곳은 비오는 날 안개가 걷히는 시기 봄과 가을 겨울이 너무 아름답죠.
예술공원에는 장성이 낳은 영화계 거장인 임권택 감독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있는 임권택 시네마테크도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했으며 상영관과 전시관, 영화 관련 연구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오랜 흑백영화에서부터 최근까지 만들어졌던 임감독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보면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장성호 주변으로 장성호를 이루는 입암산 자락의 남창마을이 있습니다. 남창마을은 입암산성의 남쪽 창고가 있던 마을로 지금 고로쇠 마을로 유명합니다. 요맘때 채취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이곳에서 몸에 좋다는 고로쇠 맛도 보시구요. 또 저녁시간 땐 천문대에서 별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별 관찰은 지금 겨울이 가장 좋다고 하니까요,
함께 다녀오는 것도 좋겠죠.
고로쇠는 또 황태포나 명태포와 같이 마른음식과 함께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죠.
남창마을은 직접 기르는 산닭으로 유명합니다. 매콤한 닭볶음 요리로 즐기는 고로쇠도 좋구요, 매콤한게 싫다 하시는 분들이라면 닭백숙으로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서 장성호 예술공원에 들러 학습의 시간도 갖구요. 천문대에서의 별자리 관찰로 좋은 추억도 남기구요. 남창마을 사계절온천에서 즐기는 시간으로 주말 겨울여행은 어떨지요.

<함께 둘러볼 곳>
◇백암산
노령산맥 백암산 자락의 백양사는 고려 덕종때 중연선사가 중창 불사 후 정토사로 불렀다가 조선 선조 때 지완스님이 영천굴에서 설법을 할 때 흰 양이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천상으로 올라갔다는 전설에 의해 백양사로 개칭했다고 전해집니다.
경내에는 보물인 소요대사부도를 비롯한 극락보전, 대웅전, 사천왕문, 청류암, 관음전 등의 건조물 문화재와 비자나무숲, 고불매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구요.
천진암으로 들어가는 비자나무 숲에서 즐기는 자연생태코스는 백암산의 인기 코스죠.
겨울산행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코스는 백학봉 코스인데요. 바위 산이라 힘들긴 하지만 백학봉 아래로 펼쳐진 풍광에 빠져오는 코스로 말 그대로 학이되어 나는 듯한 장소죠.

◇입암산성
입암산성의 축성시기는 기록이 없으나 삼한시대의 성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후백제시대 나주를 왕건에게 점령당한 견훤의 중요한 요새이기도 했던 이 곳은 고려 고종 43년(1256년) 몽골 6차 침입때의 격전지였음이 고려사절요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입암산성의 밑부분은 백제때, 상부는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구요.
특히, 기초부분에 종출초석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으며, 천연암반을 이용해 지표수가 자연스럽게 방출된 점 등에서 선조들의 자연 이용의 지혜를 엿볼수 있습니다.
서쪽의 갓바위에서는 남쪽으로 넘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감시할 수 있고, 사방이 높고 중간은 넓어 외부에서 성안을 들여다 볼수 없는 천혜적인 요새지입니다. 고려말 몽골에 대항할 때에 송군비 장군이 몽골군을 물리친 성으로도 유명하구요. 조선시대에는 왜적에 맞서 대항하던 윤진 장군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기도 합니다.
국난극복의 요충지로서 효종 때에는 성을 개축하여 둘레 길이가 2,795보에 달했다고 하구요.
또한 4곳의 포루와 2개소의 성문, 3개소의 암문이 성내에 흐르는 계곡물로 만들어진 9곳의 연못 외에 샘 14곳을 더 파서 물 걱정이 없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성 안에는 6개의 사찰이 있었고, 승장 1명, 각종 무기를 두는 군기고와 군량 7,000석 이상을 비축할수 있는 창고가 있었다고 전해지죠.
아직까지도 정연하게 쌓은 성벽이 무너지지 않은곳이 많은데다 남북의 두문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 웅장했던 성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습니다.
피와 땀으로 내 나라를 지키려던 조상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한 유서깊은 호국유적. 지금은 형태만 남아 있는 성곽과 넓은 억새만이 남아 있는데요.
한번 발길한 이들 모두 입암산의 매력에 빠지게 돼 사계절 찾게 된답니다.

<찾아가는 길>
고속도로를 이용해 장성 백양사 IC를 지나 사거리에서 백양사 쪽으로 5분여 들어오다가 밤재를 넘어 펼쳐지는 오른편 호수가 장성호입니다.
국도길은 국도 1호선을 따라 장성읍을 지나고 잎 떨어진 애기단풍과 벚나무 사잇길을 내달리듯 20여분 드라이브를 즐기며 오실 수 있습니다.
국도 1호선을 따라오는 길은 어느 계절에 찾더라도 색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죠.


/ 정수정 <내고향TV 남도방송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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