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당한 시민들을 치료했던 광주 동구 옛 적십자병원(5·18사적지 제11호)이 11년 만에 공개돼 15일 관람객들이 중앙 현관에 전시된 사진물 등을 관람하고 있다. 중앙현관 출입 문위에 적십자병원이 매각돼 서남병원으로 바뀐 흔적이 남아 있어 내용을 잘 모르는 관람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김태규 기자 |
15일 오전 11시께 11년만에 시민들 앞에 공개된 옛 광주 적십자병원은 45년전 광주시민 항쟁의 모습이 담긴 역사적인 현장을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오픈한 5·18사적지 11호 옛 광주 적십자병원은 병원 내부 응급실과 중앙복도, 중앙현관, 병원 외부 영안실과 야외마당 등 일부 공간만이 개방돼 시민들을 맞이했다.
이날 옛 적십자병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응급실 출입구를 이용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를 치료했던 공간인 응급실에서 당시 적십자병원에 근무한 간호사·의사들의 증언과 오월 안내해설사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관람객들은 당시 현장을 재현한 의료용 배드와 산소 공급기 등을 직접 만지고 앉아보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들을 생각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 관람객은 병원 벽에 붙어있던 산소 공급기를 가리키며 친구들에게 “식염수 등을 원형 통에 넣고 사용했던 산소 공급기다”고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앙복도로 향한 관람객들은 2013년 서남대학교 병원의 마지막 모습이 남아있는 건강관리과, 정형외과, 치과 등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전시회 관계자는 “서남대 병원의 건물 내부 자료 청산이 미완료 돼 환자 차트 등이 남아있어 관람객의 진료실 내부까지 입장이 어렵다”고 거듭 안내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중앙현관 한편에 마련된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진기자가 촬영한 광주 적십자병원 내 헌혈 및 부상자 치료 사진전을 관람했다.
한 관람객은 “낡은 흑백 사진 속에서 의료진들은 쉴 새 없이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었고, 헌혈에 참여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은 숭고한 연대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병원 뒤편 야외마당에서는 2019년 MOIZ가 ‘당신이 바라는 광주 적십자병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을 통합 답변을 인터뷰와 합성 이미지로 기록한 전시회가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젊은이들의 예술공간’, ‘유명한 건물’ ,‘대형마트’ ,‘5·18 기록관’ ,‘철거’, ‘보존’, ‘무료 급식소’, ‘오월 여행자 센터’ 등 8가지의 의견을 담은 그림들을 한 점 한 점 바라보며 토론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방문한 신지현씨(27·여·간호사)는 “서울에 살면서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30번 정도 시위에 참여했고,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생각해서 광주에 꼭 와보고 싶었다”며 “옛 광주 적십자병원을 방문해 보니 역사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고,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임정현씨(25·여·전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시민들이 찾아와 5·18 관련 내용을 구현함으로써 앞으로 이 건물의 쓰임이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오는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픈한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1,72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