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직후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김태규 기자 |
화재 초기 고무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진화에 난항이 예상됐으나 주불이 빠르게 잡히면서 이른 시일 내 완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직원·소방관 3명 부상…인근 주민 대피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께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불은 광주공장 2공장 내 정련 공정에서 발생했으며 타이어 원료로 사용하는 생고무 20t 가량이 적재돼 있었다.
화재 초기 수백m에 달하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면서 매캐한 내음이 화재 현장으로부터 4㎞ 이상 떨어진 서구까지 퍼져 나갔다.
당시 20대 남성 직원 1명이 다리를 크게 다쳐 건물 안에 고립됐다가 119구급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골절상으로 척추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 진화 과정에서 소방관 2명도 부상을 입었다. 소방대원 한 명은 안면 2도 화상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다른 소방대원은 머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으나 현장에서 치료받고 근무 중이다. 조업 중이던 직원 400여명은 대피해 추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량의 검은 연기가 확산하면서 인근 거주민 일부도 대피했다.
광주공장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 69세대 131명이 현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대피소는 19일 오전 9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광주공장 주변의 대기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에 쓰였던 오염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공장 내 우수관로를 차단하고 오일펜스 등을 설치했다.
● ‘고성능 장비’ 화재 진화 기여
불은 광주공장 2공장 내 생고무를 예열하는 산업용 오븐 장치에서 원인 불명의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광주공장은 1공장(남쪽 공장)과 2공장(서쪽 공장) 등으로 나뉘는데, 2공장 내 1~4단계 공정 구간 중 1단계 구간이 최초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다.
당시 3층 구조인 2공장에는 생고무 20t 등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보관돼 있어 불길을 잡기가 힘들었고, 압축열을 견디지 못해 3차례에 걸쳐 붕괴됐다.
2공장은 축구장 3개 이상 규모인 14만 925㎡ 중 50%가 화재로 소실됐고, 소방당국은 화재 진화까지 수일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화재 현장에서는 1공장까지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이 구축됐으며, 1공장에는 타이어 완제품이 쌓여 있어 불길이 확산됐다면 피해가 더욱 커질 뻔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시간 만인 오전 10시께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고, 전국에서 온 특수장비를 대거 투입해 약 31시간 40분만에 주불을 잡아냈다.
소방당국은 현재까지 장비 168대, 진화인력 308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특히 소방차 20대 위력을 가진 대용량 방사포(1분당 최대 4만 5,000ℓ) 2대를 종일 가동했으며, 산소 차단액을 살포하는 고성능 화학차 18대도 투입해 진화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산림청 헬기를 지원받아 인근 강물을 화재 현장에 살포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화재 진화율이 95%에 도달했고, 국가소방동원령까지 격상했던 대응 체제는 1단계로 하향됐다.
다만 불이 모두 꺼지더라도 화재로 인한 연기는 연기는 3~4일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 자치구·교육청 피해지원 대책 추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고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자 지역 자치구에서는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광산구는 신체 이상 증상이나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들을 위해 의료상담 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상담 창구는 주민 임시거주 시설이 설치된 광주여대 체육관과 광산구청 1층, 하남3지구 구 보건소 등 3곳에 마련했다.
광산구는 화재 발생 직후 인근 아파트 단지와 광주 송정역을 중심으로 방진 마스크 2만 3,000여개를 배부했고, 이날 오전에는 사고 현장과 가까운 10개 아파트 단지와 광주송정역 인근 상가 등에 마스크 1만개를 추가 지원했다.
분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살수차도 운영한다.
광산구는 각종 피해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금호타이어 측과 절차와 방식 등을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북구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대피한 인근 주민을 돕기 위해 총 1,200여만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품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전달했다.
구호물품은 △마스크 2,800개 △컵라면 1,100개 △간편간식 500박스 △구호텐트, 모포 등으로 구성됐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긴급 상황 판단 대책회의를 열어 학사 운영과 학교 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19일 사고현장 반경 2㎞ 이내 위치한 유·초·중·고, 특수학교(22개교)에 1교 1 담당 장학사를 파견해 학교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건강 보호를 위해 학교 내 공기질 측정을 긴급히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정선 교육감은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응하고 있으며,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관계 기관과 협력해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