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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육자배기 토리로 진도아리랑, 새타령 등 슬픔과 애환이 담긴 노래에 강점을 보여 왔다.
그래서일까 영암의 하춘화·강진, 목포의 남진·최유나, 광주 김연자·주현미, 영광 조미미, 해남 오기택 등 우리 지역 출신의 내로라하는 트로트 가수들이 유독 많음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영암은 하춘화의 ‘영암아리랑’과 김정은의 ‘영암아가씨’ 등 트로트 가요에 자주 등장하곤 했다.
![]()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지난달 29일 영암 기찬랜드 내에 개관했다. 국내 최초로 트로트 역사·교육·공연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
영암군은 지역 출신 가수 하춘화씨와 함께 한국 전통 가요의 산실과 남도 르네상스를 선도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기찬랜드 내에 트로트의 역사와 교육, 공연을 하나로 즐길 수 있는 ‘한국트로트가요센터’(이하 가요센터)를 국내 최초로 개관했다.
2층으로 건립된 이곳은 가수 하춘화씨가 자신이 50년 동안 가수 활동을 하며 입었던 의상과 신발, 앨범, 팬레터 등을 기증하며 시작됐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겪던 한국에서는 엔카풍의 트로트가 들리기 시작했고, 광복을 맞이한 이후 팝송과 재즈 기법이 도입되면서 현재의 대중음악 장르로 발전하게 됐다.
우리에게 익숙한, 흔히들 어른들의 음악이라 불리는 트로트의 역사는 100년 남짓으로 제법 오래됐다. 최근에는 ‘미스트롯’ 송가인씨의 영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가요센터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 월출산을 올랐던 등산객들은 “산에 다녀온 뒤, 가요센터까지 둘러볼 수 있으니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가요센터의 1층은 한국 트로트 역사와 연도별 대표 가수들을 소개한다.
1930~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남진, 나훈아, 이미자부터 트로트의 첫 시작을 이끌었던 이난영, 남인수, 황금심 등 생소한 가수들까지 전부 다 만나볼 수 있다.
![]() 트로트 황금기를 연상케 하는 다방과 극장, 상회 등도 그대로 재현했다 |
가수들의 간단한 프로필과 대표곡 소개 등을 찬찬히 둘러본 후에는 헤드셋을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어볼 수 있다.
한켠에 마련된 노래방에서는 직접 트로트를 불러 실력을 뽐낼 수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녹화해갈 수도 있다.
조용한 가요센터 내에서 누가 노래를 부를까 싶겠지만, 이미 다수의 관람객들이 열창을 마친 상태였다. 그 모습 또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이다.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LP와 워크맨, 단종 된 지 오래인 담배, DJ가 음악을 틀어주던 다방과 극장 등 마치 트로트 황금기 시절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한 모습도 볼 수 있다.
![]() 가수 하춘화씨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밀랍인형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또렷한 눈매와 짧은 머리카락, 화려한 의상 등 하춘화씨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
2층 하춘화관에는 그의 가수 활동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눈에 띈 것은 그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딴 밀랍인형이었다.
또렷한 눈매와 짧은 머리카락, 화려한 의상 등 누가 봐도 하춘화 그 자체였다. 이제는 추억에만 남은 그의 어린 시절도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었다.
만 5세에 이미 노래로 이름을 알린 그는 1971년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하루 500통이 넘는 팬레터를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또 그는 무대에서 신었던 신발은 항상 깨끗이 닦아 새것처럼 보관하고는 했는데, 그때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50여 점의 물품을 가요센터에 전시해 두었다.
색이 바래 누렇게 변한 팬레터가 흘러간 긴 시간을 증명하는 듯 싶었다.
외부에는 200석 규모의 공연장도 마련돼 있다.
가요센터는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이며, 올해 연말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이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