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성산에 위치한 국내 유일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전시관 ‘빛의 벙커’. |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하고 피서인파도 다 다녀간 이 즈음 제주여행은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주요 관광지와 맛집을 둘러볼 수 있어 좋다.
프랑스 몰입형 미디어아트 아미엑스(AMIEX)를 체험할 수 있는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는 구스타프 클림트나 에곤 실레, 훈데르트 바서의 미술작품을 미디어아트로 만날 수 있어 미술 애호가라면 한번쯤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애주가라면 ‘세계 술박물관’도 술과 함께 문화의 향기를 만끽할 의미있는 방문이 될 것이다. 전국에 분포된 수많은 양조, 주조회사의 술과 술병들, 술 미니어처, 알려지지 않은 술의 다양한 사연들이 보존된 곳이다.
빛의 벙커는 서귀포시 성산읍에, 세계술박물관은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해 있어 거리도 3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동쪽 여행코스로 두 곳 모두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 ‘빛의 벙커’는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방음효과가 완벽할 뿐 아니라 내부에 벌레나 해충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
지금 이 시기 빛의 벙커에 방문하면 다소 쌀쌀함을 느낄 수 있다. 출입문이 이중으로 된 이 지하벙커는 자연 공기 순환 방식을 이용해 연중 16℃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소리 차단으로 방음효과가 완벽할 뿐 아니라 내부에 벌레나 해충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빛의 벙커(Bunker de Lumieres)’는 제주 성산에 위치한 국내 유일 몰입형 미디어아트 상설 전시관이다. 과거 국가기간 통신망 시설로 KT가 1990년부터 사용해왔으며 운영되다 방치됐던 지하벙커를 몰입형 미디어아트인 아미엑스(AMIEX®;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전시관으로 새롭게 탄생시켜 지난해 11월 전시 개막 이후 9개월만에 관람객 40만명을 돌파했다.
옛 국가기간 통신시설로 오랜 시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 비밀 벙커를 앞에 두고 운전자들은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축구장 절반보다 큰 900평 면적의 대형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임에도 불구하고 흙과 나무로 덮어 산자락처럼 보이도록 위장되었기 때문이다.
1층 단층 건물에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5.5m의 내부에는 넓이 1㎡의 기둥 27개가 나란히 있어 공간의 깊이감을 한층 더한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독특한 예술적 경험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90대의 빔프로젝터와 69개의 스피커를 통해 구현된 거장들의 명화가 음악과 함께 환상적인 몰입감을 주기 때문이다.
전시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며 작품과 내가 하나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아미엑스 전시의 특징이다. 전시장 내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거나 설치된 의자에 앉아 작품에 몰입하는 관람객들이 자연스럽다.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10월 27일까지 빛의 벙커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와 훈데르트바서 전시가 상영 중이다. 상영시간은 클림트는 30분, 훈데르트바서는 10분간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절기(12월~2월)는 오후 6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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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벗어난 자유를 만끽하기에 술 한 잔만큼 좋은 것도 없다. 특히, 그 지역만의 고유 술은 오직 여행객들을 위한 달콤한 보상과도 같다. 국내 여행지 1위인 제주에는 전국은 물론, 전 세계의 술이 모인 ‘세계술박물관’이 여행객을 반겨준다.
서귀포시 표선면에 위치한 이곳은 쌀이 만들어 과정부터 우리나라의 술 역사, 한 때 많이 마셨지만 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술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술에 관한 문헌적 역사와 술을 빚는 과정의 자료는 많이 남아있지만, 큰 술독에 술을 빚어 작은 주병이나 주전자에 덜어서 마시는 우리나라 술 문화 때문에 실제 술은 보존할 수가 없었다.
해방 후 일부 술은 개별 용기에 담겨 상품화 됐지만 주재료가 쌀로 빚는 우리 전통주는 식량이 부족한 나라 현실 때문에 곡식으로 술을 빚는 것을 법적으로 엄격히 단속해 전통주의 명맥이 거의 끊어졌습니다.
그러다 1986년 아시아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전통주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전통주 복원을 위해 술 기능자를 지정하고 제조를 허가했다. 그 후 전통 민속주 제조허가가 완화되면서 쌀로 빚은 전통주와 각종 과일, 열매, 약초, 뿌리 등으로 술을 빚는 수많은 전통 민속주 회사가 설립 됐다.
‘세계술박물관’은 어느 시절 어느 지역에서 어떤 회사가 어떤 재료로 어떤 술을 빚어 어떤 용기에 담았는지를 정리해 우리나라의 술과 술병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전부 미 개봉된 술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도구 전시관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주조장에서 사용하던 술통은 술을 숙성시키거나 배달할 때 사용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해방 후 사용했던 술통부터 70~80년대 사용했던 술통까지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집에서 술 빚는 것을 금지했던 시절, 장독대 위에는 멸치 젓갈을 올려 몰래 술을 보관했던 밀독도 볼 수 있었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의 술과 그 술을 빚는 법, 술에 따른 상차림이 보였다. 특히, 서민들의 술로도 불리는 소주 내리는 법이 모형과 함께 설명돼 있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마에 불을 뗀 모습의 사실적 묘사와 자세한 설명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다음은 추억의 술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드시던 두꺼비가 그려진 소주부터 2002년 월드컵 기념 맥주 컵, 12간지를 술병으로 표현해 12년 동안 시리즈로 발간한 술, 신랑각시 술 등 한국의 술 역사가 모두 담겨있다.
박물관 한켠에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주류 회사들의 관련 신문 기사를 게재해 생생하게 전달하며, 이보희·유지인 등 현재 중년 여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는 주류 모델 달력을 월별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술 뿐 아니라 양주, 와인, 위스키 등도 한 데 모여 있어 애주가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관광명소다.
술 박물관답게 화장실 입구도 범상치 않다. 전국 막걸리 포장지를 벽지 대신 붙여 화장실을 오며가며 구경할 수 있게 해 놨다. 광주의 막걸리인 무등산 막걸리도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제주 술을 시음한 뒤, 박물관을 나설 때는 아쉬움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요금은 성인기준 5,000원이며,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연중무휴.
이연수·이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