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생동하는 묵향 매력 속으로
전시공연

기운 생동하는 묵향 매력 속으로

제43회 수묵회전 '다시 들녘에서 희재선생님과 함께'
대표작 '대패첨산'·'장강산수도'
수묵회원 20명의 한국화 40여점
오는 13일까지 한국천연염색박물관

희재 문장호 작 ‘대패첨산’
[전남매일=오지현 기자] 희재 문장호 선생의 서거 8주기를 기리며 그의 유작과 문인생들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제43회 수묵회전 ‘사제동행전, 다시 들녘에서 희재 선생님과 함께’ 전이 열리고 있다. 문장호 선생은 호남화단을 중심으로 추사 김정희, 소치 허련, 의재 허백련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성에 기반한 수묵채색화의 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작가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특히 희재 문장호 선생의 고향인 나주 다시면에 위치한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1938년 나주 다시면 문동리에서 태어난 문장호 선생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인 한학자 율산 문창규의 영향을 받아 한문과 한학을 공부하며 한학자의 길을 걸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10세가 되던 해부터 집안에 중국매월도를 탐구하고, 사군자 등을 배우는 등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이에 외숙인 이계필의 소개로 17세 때 의재 허백련의 화숙에 입문, 사군자를 다시 배우는 등 본격적인 그림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1959년 제8회 국전에 ‘분지유록(盆池遊鹿)’으로 입선한 후 의재화숙의 대표적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희재 문장호 작 ‘해불양파’
문장호 선생의 작품 세계 핵심은 오랜 동아시아 문인화 전통의 체현이다. 동아시아 문인화는 옛 회화를 집대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서예적 필법을 강조하고, 시서화의 융합 및 조화를 추구하며 형상 너머의 본질을 포착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이는 희재 선생의 작품과 다르지 않다. 이는 그의 작품세계가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 그의 작품의 필법, 구도나 조형의식은 옛 문인화가들의 다양한 장점을 응축하고 있다.

특히 이번 수묵회전에서는 희재 선생이 한국의 산수를 주제로 그린 실경 작품 ‘대패첨산’과 ‘장강산수도’를 선보인다. 그의 작품과 함께 운봉 고화석, 해당 김영순, 일송 곽마리아, 인전 김인선, 지암 김대원, 김해용, 지헌 나지숙, 경산 박희석, 송산 박문수, 매곡 배문정 등 희재 선생의 제자로 현대적 추상 기법으로 담아낸 한국화의 매력을 그린 수묵회원 20명의 작품 40여점도 관람할 수 있다.

희재 문장호 선생
백수인 조선대 명예교수는 이번 전시 평론에서 “희재 선생의 예술 정신을 이어받은 제자들로 이뤄진 ‘수묵회’는 남도 화맥의 도도한 역사적 물결 안에 흐르고 있으나, 이들이 가진 위상만큼 안고 있는 큰 과제는 남도 화맥의 큰 스승인 희재 선생을 현창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희재 미술관’을 건립해 다시면이 낳은 역사적인 미술가인 희재 선생의 빛나는 예술정신을 계승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65년 ‘삼희서실’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이후 1971년 제1회 창립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수묵회는 희재 문장호 선생에게서 수학한 제자들로 이뤄진 미술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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