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단장 의재미술관 ‘인연의 향기를 듣다’
전시공연

새 단장 의재미술관 ‘인연의 향기를 듣다’

의재 생전 축하 의미 담은 그림·글씨·서화 선봬
‘사람 향’ 느끼는 기획전·강좌 프로그램 등 마련

1년 6개월여에 걸친 새 단장을 마치고 문 연 의재미술관 전경.
의재미술관이 1년 6개월여에 걸친 시설 개선 공사를 마치고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2001년에 개관한 의재미술관은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받았지만 시설이 노후화 되며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휴관했다.

올해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28일까지 선보이는 전시는 ‘문향聞香-인연의 향기를 듣다’다. 오랫만에 다시 문 여는 만큼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로 기획했다.

전시는 2부로 나누어 진행된다. 제1, 2 전시실에서 열리는 1부는 의재 허백련이 특별한 의미를 담아 누군가에게 그려준 그림과 글씨, 서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의재 나이 32세 때인 1922년 작품에서부터 1973년 부산의 서예가 청남 오재봉에게 그려준 ‘산수화’까지 총 34점이다. 산수화, 사군자, 화조화, 글씨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시기별 작품의 특징을 살필 수 있다.

의재는 근원 구철우, 춘헌 허규, 계산 장찬홍, 숙아 최영자, 동작 김춘 등 연진회와 연진미술원으로 이어진 제자들에게는 호를 써주기도 하고, 평생 간직할 명구들을 써주기도 했다.

의재가 근원 구철우에게 그려준 ‘계산소우’.
1922년 집안 어른인 허찬 선생의 회갑연에서 그린 산수화는 그의 초기 그림일 뿐 아니라 서예가 해강 김규진과 무정 정만조를 비롯한 석재 서병오, 고하 송진우, 인촌 김성수, 2·8독립선언의 주역 백관수, 서예가 소전 손재형, 송곡 안장호, 미산 허형, 소정 변관식, 허건 등의 작품과 함께 화첩으로 꾸며져 있다. 매우 귀한 작품으로 일민미술관 소장품이다.

화가로서 가장 친한 친구였던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1932년에 그려준 산수화는 작지만 빼어난 작품이다. 연진회를 창립하던 1938년 창립회원인 근원 구철우에게 그려준 ‘계산소우’는 당시의 귀한 청록산수화다.

1940년 춘설헌의 전신인 오방정을 물려받았을 뿐 아니라 함께 농업학교를 만든 오방 최흥종 목사의 회갑에는 그의 덕과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천보구여 天保九如’를 선물했다. 최흥종 목사의 사위이자 실천적 기독교인이었던 강순명 목사의 회갑에는 늘 푸른 소나무로 덕을 기렸다.

1954년 전남대학교 농과대학에 기증한 ‘일출이작’은 그가 농업학교를 세우고 농업발전에 힘썼던 당시 자주 그렸던 일종의 ‘농경도’ 중 대작이며, 1960년 새해 아침 동아일보를 위해 그린 ‘오월동주吳越同舟’는 기관에 그려준 작품들 중 하나다.

1960년 새해 아침 동아일보를 위해 그린 ‘오월동주吳越同舟’.
전시의 2부는 제4전시실에서 열리는 ‘지운 김철수 서예전’이다. 지운 김철수(1893~1986)는 전북 부안 출신으로 독립운동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였다. 그는 1947년 정계 은퇴 후 부안에 손수 흙집을 짓고 꽃과 나무를 벗하며 살았다. 이때부터 의재 허백련, 오지호 등 지역 예술인들과 교류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지운 김철수의 서예작품은 대부분 직헌 허달재가 지운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의재미술관 이선옥 관장은 “이번 전시는 코로나로 내왕도 어렵고 만나 손을 맞잡을 수도 없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시작된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의 향기가 그리워진다. 평생 만점이 넘게 그렸다는 의재 허백련의 작품 중 누군가와 정을 나눈 작품들을 고른 이유”고 밝혔다.

한편 의재미술관은 재개관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그 첫 번째 행사로 호남한국학 열린강좌 ‘근대호남서화 폭넓고 깊게 알기’ 프로그램이 11월 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전문가들을 초청, 전통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들과 함께 잘 알려지지 않은 호남서화가들까지 조망하는 시간이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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