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정원으로 훌쩍 떠나보자
전시공연

미래의 정원으로 훌쩍 떠나보자

광주시립미술관, 디자인비엔날레기념 특별전 ‘메타가든’
작가 11명 예술적 상상력에 과학기술 융합·접목 힐링 선사

정문열 ‘소리의 나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영혼의 나무’를 만나는 것 같다면 아마 솔깃할 듯 하다. 영화 속 영혼의 나무는 뿌리와 가지로 판도라 행성의 모든 정령의 기운을 모아 생명을 구원한다. 전시장 속 LED 광원을 입은 색색의 광섬유는 영혼의 나무처럼 천정에서부터 늘어뜨려져 잠시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객의 영혼을 구원한다. 여기저기 사진 찍는 셔터 소리. 전시장을 좌우로 비추는 거울 벽면 속에 사진을 찍는 나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 재미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에 첨단 과학기술을 응용·접목해 가상과 추상의 예술정원을 구현하는 ‘메타 가든’전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욕구를 가상 현실 속에서 충족시켜 주는 아주 특별한 전시다. 미술관에 구현된 영화같은 가상 정원으로 잠시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기억에 남을 새로운 힐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윤제호 ‘휴식동굴’
전시는 지난 15일부터 시립미술관 본관 1, 2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업해오고 있는 금민정, 노상희, 박고은, 소수빈 작가와 디지털 영상화 설치를 중심으로 한 김형숙, 박상화, 서상희, 손봉채, 윤제호, 이진준, 정문열 작가 등 모두 11명이 참여했다.

최근 예기치 못한 COVID-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전혀 새로운 삶의 방식, 즉 비대면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사이버 공간을 대신해 인터넷 기술을 상징하는 새롭고 강력한 ‘메타버스(metaverse)’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11명의 참여작가는 오늘날 기술문명이 품은 미적 상상력을 시각화해 미술관 내에 테크놀로지 예술정원을 선사했다.
예술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이 만나 자연을 더 잘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하고, 미디어아트의 기능과 역할 응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각 전시공간은 방의 형태로 나뉘어 있다.

이진준 ‘모아나이아 MOANAIA’
첫 번째로 만나는 정문열 작가의 ‘소리의 나무’는 바로 그 아바타 속 ‘영혼의 나무’ 같은 작품이다. 공학기술을 이용한 사이보그 ‘소리의 나무’에서 광섬유와 LED, 철구조물로 연출한 다정한 유토피아를 경험하고 나면 이어 윤제호 작가의 ‘휴식동굴’을 만난다. 시간과 공간의 디지털 ‘휴식동굴’은 무빙 해드레이저와 아크릴 큐브, LED가 거울에 반사되며 빛과 소리의 파장으로 가득 찬 가상의 자연을 체험케 한다.

박고은 작가의 ‘식물의 몸짓, no 2’는 평상시 감지하지 못했던 데이터화한 식물의 몸짓을 느끼게 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식물이 메타 가든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험하게 된다.

3채널 영상 설치물로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 속 공기 중 미세먼지(노상희 작 ‘우리가 사는 세계 v.2.2’)를 지나면 저 멀리 남태평양 바다 속을 묘사하는 이진준 작가의 ‘모아나이아(MOANAIA)’에서 대형 화면 속 환상의 바다여행을 즐기면 된다.

서상희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
서상희 작가의 ‘메타가든 속 가상정원’에서는 3채널 영상과 공중에 매달린 식물설치물이 ‘현실 속 가상’과 ‘가상 속 현실’을 교차하게 한다. 가상과 실재라는 두 상반된 개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회화적 공간이다.

박상화 작가의 ‘공중비디오정원’은 변용된 일상과 자연의 풍경들을 박스 구조물에 프로젝션 맵핑기법을 활용해 구현했다. 무위자연하면서 자연에 동화되어가는 인간의 모습과 현대판 무릉도원의 모습을 박스 구조물에 앉아 즐길 수 있다.

제2전시실 계단을 오르면 빨강 노랑 초록의 디지털 나무들이 반긴다. 남도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정자나무를 주제로 만들어진 손봉채 작가의 ‘물소리 바람소리’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담아갈 나무들을 역사의 증인이자 눈으로 보여준다.

박상화 ‘공중비디오정원’
김형숙 작가의 ‘근본적인 원칙’은 수학적 원리인 피보나치 수열을 통해 우주, 인간, 자연, 인공물들의 존재 규칙과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중앙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소수빈 작가의 ‘신-생태계의 휴리스틱’은 새로운 생태계에서 생장하는 미래의 식물이 기계와 결합한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센서에 의해 움직이는 식물이 특별한 느낌을 준다. 미래 신 생태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직관적 물음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끝으로 금민정 작가의 ‘바람과 비, 그리고 그 날의 기억’은 제주 주상절리 주변과 담양 소쇄원이라는 특정 공간의 풍경을 이용해 실시간 날씨 변화를 전시실에 설치된 영상이미지에 반응시킨다. 영상이미지는 관람객들에게 어떤 특정한 기억과 감정을 환기시키는 동기를 불러 일으킨다.

소수빈 ‘신 생태계의 휴라스틱’
광주시립미술관 전승보 관장은 “오늘날 예술가들은 점점 더 첨단기술에서 표현수단을 찾고 있고 과학자들은 점점 더 예술에서 새로운 기술을 위한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번 ‘메타가든’전에서는 첨단과학기술과 현대미술이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융복합 예술을 감동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며, “작품 속 가상의 예술정원을 여행하면서 현실에서 훌쩍 떠나지 못하는 마음에 힐링과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시간당 관람 인원은 30명이다. 오는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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