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필로 촘촘히 그려낸 도시 풍경
전시공연

세필로 촘촘히 그려낸 도시 풍경

우병출 작가, 나인갤러리서 'seeing' 연작 선봬
"線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좋은 선 보이고파"

‘seeing’
갤러리 안에 익숙한 도시가 펼쳐졌다. 여행지에서, 또는 사진과 영상으로 접하곤 했던 세계의 주요 도시 풍경들.

새롭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온 느낌….

우병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에는 자유로움이 가득했다. 세필로 한 땀 한 땀 촘촘히 캔버스를 채운 도시 풍경들이 작가의 땀과 오랜 인고의 시간을 전한다.

‘00호’ 가는 붓으로 수도하듯 그려낸 도시의 먹색 빌딩과 잔잔한 붓질로 표현해 낸 일렁이는 물결, 그리고 하늘이 갤러리를 나온 후에도 오래도록 인상에 남았다.

‘seeing’
두문불출. 3년 동안 작업실에서 그림에만 전념했던 작가가 15번째 개인전으로 세상에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세상과 단절한 채 철저히 작품에만 몰두하면서도 1년에 1회 스케치 여행을 떠나 세상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온 그다.

지난 6월 25일부터 한달간 나인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지난달 서울 인사아트센터에 이은 후속 전시다. 일주일의 짧은 기간동안 진행됐던 서울 전시의 아쉬움을 광주에서 만회할 수 있게 됐다. 작가의 광주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에서 출생한 그는 경찰관이었던 부친을 따라 목포와 영광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다.

전시된 34점의 작품엔 뉴욕, 홍콩, 파리, 서울, 부산 등 다양한 도시 풍경이 담겼다. 지난해 11월 파리 여행을 다녀온 뒤 그린 4점의 파리 풍경도 걸렸다. 자작나무, 스포츠카, 정박한 배 등 작가만의 고유한 색감과 필체에 탄성이 절로 난다. 작가는 자유를 간절히 바래온 듯 하다. 작품 속 풍경이 홀연히 떠나고픈 욕망을 자극시킨다.

선(線)에 천착해 온 작가는 “선은 반복이며, 반복 속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선은 마음과 상태를 숨길 수 없어 좀 더 진실되게 작업할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덧붙인다.

좋은 선을 많이 보여주려 한다는 그가 150호 크기의 작품 한 점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900~1,000시간. 뉴욕에선 원 없이 선을 그릴 수 있었고, 파리에선 화려한 선들을 만났다고 전하는 작가는 선이 잘 보이도록 색깔을 최소화 해 그린다.

“색을 절제하는게 가장 힘들었지만 마음에 드는 그림을 그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seeing’
작품 제목은 장소를 명시하지 않은 채 모두 ‘seeing’이다. 작가는 “작품 제목이 seeing인 것은 사물을 보는 방법에 관한 집착에서 시작된 것인데 요즘들어 그 집착을 조금은 벗어나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이어령 교수의 강의를 TV로 보게됐는데 “검은 눈동자는 푸른 눈동자에 비해 광선을 읽어내려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내용과 “컬러의 형태를 읽는 방식이 서로 다르고 그로 인해 사고의 체계가 다르다”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검은 눈동자로 세상보기’에 관한 연구에 몰두했던 그는 처음엔 외국 작가들을 찾아 다녔지만 결국 김홍도와 정선에 해답이 있는 것을 느꼈고, 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작가의 고뇌는 작가노트에 오롯이 드러난다.

“누구나 꿈을 가지고 캔버스를 펼친다. 그 꿈의 무게가 클수록 지불할 대가도 크다. 매일 꿈꾸고 대가를 지불하고, 또 좌절하고, 다시 꿈꾸는 일의 반복. 이게 작가의 삶인 것 같다.”

나인갤러리 양승찬 관장은 “우 작가의 그림을 구입하는 컬렉터들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하루 16시간씩 작업하는 작가의 자세는 참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가는 목원대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5회와 다수의 아트페어, 단체전 및 기획전에 참여했다.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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