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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서 어둠 넘어 아름다움 승화된 염원 복도
‘BLACK- 겨울밤 이야기’‘LIGHT- 봄’ 등 신작 선봬
2월 15일까지 우제길미술관
우제길 화백 96번째 개인전 ‘꽃빛으로 봄을 부르다’
1970~1990년대 ‘Rhythm’과 ‘Work’ 시리즈 등을 통해 블랙의 강한 이미지로 묘사한 빛을 선보였던 우제길 화백이 최근 다시 블랙을 사용해 작품으로 형상화 했다. ‘BLACK 2016- 겨울밤 이야기’다. 얼핏 보면 도시의 야경같긴 한데 한참을 집중해 들여다 보니 바로 촛불의 무리다.
작품은 지난해 겨울 광화문 거리에서, 금남로에서, 전국에서 타오른, 아니 현재도 타오르고 있는 촛불의 배경이 된 도시의 겨울밤을 형상화 했다. 무려 가로 9미터 대작이다.
“블랙은 빛이 얼어붙은 동터, 어두운 정국을 나타낸 거지요. 이번 전시는 전시 제목처럼 어두운 겨울을 지나 봄을 소망하며 선량하고 정의로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빛의 화가’ 우제길이 96번째 개인전 ‘꽃빛으로 봄을 부르다’를 오는 2월 15일까지 우제길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새해가 시작한 둘째날이자 화백의 전시가 시작된 지난 2일 우제길미술관을 찾아 우 화백을 만났다.
미술관 입구 왼편에 펼쳐진 ‘BLACK 2016- 겨울밤 이야기’에서부터 봄의 생기와 희망이 가득 느껴지는 연녹과 노란색의 ‘LIGHT 2016- 봄’, 이어지는 ‘꽃빛’ 시리즈 작품 등 전시장에는 100호와 200호 이상의 대작 15점이 걸려 있다.
2015년 연말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70년 미술축전’에 초대작가로 출품했던 우 화백의 ‘내 가슴의 태극기’도 전시됐다.
일흔을 훌쩍 넘겼지만 변함없이 작품에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우 화백은 지난해 ‘겨울밤 이야기’와 ‘LIGHT’ 시리즈 신작 작업에 매진했다. 월별로 탄생한 ‘LIGHT’ 작품은 12월에 이르러 ‘LIGHT 2016- 금남로’와 ‘BLACK 2016- 겨울밤 이야기’로 완성됐다.
금남로에 운집한 시민들의 촛불시위 모습이 담긴 ‘LIGHT 2016- 금남로’는 화백의 ‘꽃빛’ 작품과 촛불의 빛이 어우러져 그 자체로 강렬하다. 촛불시위 장면은 전남매일 김태규 사진부장이 취재현장에서 담은 사진컷을 우 화백이 작품과 믹스해 탄생시켰다.
‘BLACK 2016- 겨울밤 이야기’는 금남로 촛불 현장에 참여한 화백이 촛불을 든 사람들 주변에서 희망의 꽃빛이 아우라처럼 번져가는 이미지를 착안해 공들여 완성해 냈다.
“80년대 어둠 속 빛을 갈망하는 검정색 작업들을 했었죠. 어둠의 함성, 인간의 갈망과 염원들을 어두운 색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어둠 속 국민들의 한결같은 나라사랑 염원이 조용하면서도 비폭력적인 질서로, 결국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장면을 목격한 거죠.”
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강조하는 화백은 “그동안의 작업에서 탈출하고 싶었다”며 ‘LIGHT 2016- 봄’ 작품 앞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이 느껴지는가 기자에게 물었다.
꿈틀거리는 연녹의 빛들이 변화의 강렬한 몸부림 같기도, 또한 절실한 희망의 파고 같기도 한 느낌이다.
“봄은 평화와 민주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희망의 새 빛을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어렵고 힘들어도 꿈과 희망을 가져야죠. 어느 해보다도 더 밝고 힘찬 빛이 우리를 비춰주리라 믿습니다.”
화백은 일본 교토에서 보냈던 유년시절 어느 가을, 시냇가 언덕에서 많은 형들이 무언가 쫓아가던 모습을 따라가 반딧불이를 처음 보았다고 했다. 그 빛이 동기가 되어 태초의 빛을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평생 자신만의 빛을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열정을 쏟아내고 있는 것.
전시장 중앙에는 화백의 개인 아카이브 자료와 광주 현대미술의 역사를 스크랩 해놓은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화백이 어린시절부터 그려왔던 그림, 학교 노트, 신문, 각종 미술자료에 이르기까지 평생 모아온 방대한 자료의 극히 일부분이지만 넘겨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56년 지금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자리에 있었던 노동청 관사에서 바라본 도심 풍경이나 옛 서중학교·광주일고·불로동 풍경, 1960년대 금남로 야경 등은 당시의 시대상을 그림으로 오롯이 볼 수 있다.
화백이 서중학교 시절 그림과 함께 꼼꼼히 정리했던 음악·과학 노트 필기나 학교 소풍 풍경 등도 수채화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동안 전시 도록이나 에뽀끄의 역사, 호남 추상미술의 원류, 광주비엔날레의 태동이 됐던 발자취, 1960년 1월 7일부터 전남일보에 연재됐던 강용운-오지호 선생의 구상-비구상 미술논쟁 자료 등도 흥미롭다.
화백은 “아직 할 것이 많다. 지금까지 모아온 현대미술의 방대한 자료들을 작품과 함께 보다 넓은 공간에서 총체적으로 드러내는 전시를 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