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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의 마술사가 전하는 ‘환타지아’의 향연
수채화 대작 21점 아트타운 갤러리서 선봬
“건강하게 작품활동 하는 지금이 전성기”
갤러리에 온통 꽃이 피었다. ‘환타지아’라는 명제로 대형 캔버스에 활짝 핀 야생화들. 정우범 화백(69)이 15년만에 고향에 내려와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보는 이들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함을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난 21일 아트타운 갤러리에서 전시오픈 작업을 마친 작가를 만났다.
“광주는 내 화업을 이룬 곳이죠. 대학 졸업후 2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그림을 그렸던, 나를 키워준 토양인 터라 이번 전시가 감개가 깊네요. 오랜 지인이던 아트타운 갤러리 대표 권유로 전시를 마련했는데 2001년 나인갤러리 전시 이후 15년만입니다. ‘판타지아’라는 이름의 그림을 처음 선보인 것도 나인갤러리에서였습니다.”
지난 22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4주간 아트타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는 ‘환타지아(Fantasia)’를 주제로 서정성과 환상성이 뛰어난 작품 21점을 선보이고 있다.
흐드러진 야생화를 표현한 ‘환타지아’ 연작과 ‘회상’, ‘장날’ 시리즈 등 근작 위주 대작들이다. 200호 크기의 수채화는 ‘색채의 마술사’라는 호칭답게 갤러리를 동화속 꽃밭에 들어선 듯 화사하게 피워냈다.
단색의 배경 위에 온통 화려한 원색의 꽃들로 채워진 화면은 단순한 구성이지만 봄날의 환희 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환상적인 교향시를 연상케 한다.
‘환타지아’ 시리즈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작가는 “꽃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가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소재”라고 말했다.
무안 출신인 작가는 1990년 안정된 직장이던 교대부속초등학교 교사직을 접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95년 워싱턴 갤러리 미셀 전시를 통해 워싱턴과 광주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1997년엔 서울 선화랑 전시로 한국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10여년간 우리 강산에 피어나는 수많은 야생화를 바탕으로 구상의 세계를 반추상 화법으로 표현한 ‘환타지아’ 연작은 그의 독창적 감성의 작품세계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0년 가족과 함께 서울로 삶의 터를 옮긴 작가는 터키로 스케치 여행을 떠났다.
“여행중 이스탄불의 무스타파 케말 대통령기념관 앞 화단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꽃을 보는 순간 잠시 모든 감각이 정지되는 듯 황홀경에 빠져들었다”고 말하는 작가가 그 때의 감동을 되살려 무리를 이룬 꽃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환타지아’ 연작이다. 크고 작은 이미지의 꽃들은 눈이 시릴 정도의 밝고 맑은 원색이면서도 궁극적으로 조화의 미로 귀결된다.
“지상낙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행복감을 느꼈으면 하는게 환타지아 시리즈를 그리는 이유입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씨는 작가의 환타지아에 대해 “원색의 꽃들은 도무지 멈출 수 없을 것 같이 한 호흡에 이루어 지고 있으며, 이는 환타지아가 지닌 아우라에 기인한다”며 “세상을 밝히는 거대한 등불 같은 형상의 환타지아는 정우범 화백만의 미적 감각이 지어내는 회화적인 환상이자 이상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환타지아와 함께 ‘장날’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그린 작품들로 환타지아 못지않은 아우라를 풍기는 작품이다.
“열심히 작업활동을 했던 최근작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건강하게 그림을 많이 할 수 있는 지금이 전성기라 생각해요.”
소재를 잡기 위해 1년에 두차례 여행을 떠나고 소묘작업에도 열심인 작가는 “예술가가 대상에 얽매이게 되면 독창성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며 “후배들에게 스케치의 중요성에 대해 권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시를 마련한 아트타운 갤러리 정인 대표는 “상업 갤러리지만 12월은 대관 없이 밝은 그림으로 광주 미술계에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좋은 작품과 변화있는 전시를 선보이고자 했는데 정 화백의 ‘환타지아’ 명제가 맞아 떨어졌다. 전시기간이 긴 만큼 많은 이들이 들러 행복을 만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