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동의 화가 박 수 만'/>
<문화도시 '예술의 별'>월산동의 화가 박 수 만
예술의별

<문화도시 '예술의 별'>월산동의 화가 박 수 만


삶의 밑바닥서 절절히 울리는 순수예찬

월산동 모티브 인간성 회복과 치유 메시지 전달
보성백민미술관서 ‘월산동, 숨기고 드러내다’전
“인간·삶의 성찰 통해 본래 모습 찾아 나서겠다”


분홍 또는 흰색의 벌거벗은 사람들, 놀란듯 취한듯, 웃는 듯 우는 듯…. 기형적 몸매에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돌출된 눈, 해학적 포즈, 그리고 이들과 함께 어김없이 어딘가에 존재를 드러내는 과일, 의자, 술병….
지난해 박수만 화가의 전시회를 찾았을 때 한참을 그림 앞에 서성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림 속의 사람들은 분명 무언가 말을 걸어오고 있는데 무슨 메시지일까.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현실적인 듯, 몽상적인 듯, 평면적인 것 같기도 하고 입체적인 것 같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하고….
화가의 그림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그때부터 마음 한 켠엔 ‘박수만’이라는 세 글자가 각인돼 있었다. 언젠가 꼭 한번 만나 작품이 전하려 했던 메시지를 듣고 싶었던 게다.

그 후로 일년. 화창한 어린이 날 오후 찾은 작가의 월산동 작업실에서 낯익은 풍경들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의자, 과일, 지폐, 동전, 권투 글러브, 술병과 고장난 세면기 등 작가의 작업실에는 온통 그림의 소재들이 작가와 함께 ‘존재’했다. 작가 자신을 꼭 닮은 벽에 걸린 수많은 그림 속 인물들까지.
작가 자신을, 자신의 삶을, 그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충실히 그려왔던 게 작업실에서 오롯이 전해 왔다.
“저의 소재는 언제나 인간이고 의식주 입니다. 의식주는 삶의 기본이 되는 소재죠. 삶 자체와 인간의 본성을 이야기 합니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그림 속 인간들이 걸어왔던 말들은 삶이었고 순수였고 휴머니즘이었던 것이다.
서방, 양림동 등에서 작업을 했던 그가 2012년 월산동으로 작업실을 옮겨온 것도 사회 또는 제도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모이는 ‘기가 센 곳’에서 시장과 속칭 방석집, 점집 등을 통해 인간에 대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그들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 하며 회복을 이야기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월산동으로 이사 온 것은 사람에 대한 연민, 관심이었습니다. 슬픈 일이나 삶이 잘 풀리지 않을때 찾아가는 월산동의 점집, 술에 이성이 마비돼 마지막에 찾아오는 월산동의 술집을 통해 삶을 표현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 하고 인간 본성에 대해, 회복에 대해 이야기 하죠. 그림속 인물들의 변형은 삶에 대한 왜곡의 반영입니다.”
4년동안 마치 풍속화처럼 민화처럼 월산동의 다양한 풍경을 캔버스에 옮겨오면서 그는 이제 ‘월산동의 화가’로 이름 불리게 됐다.
고교때부터 미술을 시작한 그는 대학때부터 형상미술을 시작했다. 어떤 미술을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던 그는 미술이 장식보다는 표현이라는데 매력을 느꼈고 그렇게 해서 삶적인 형태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인간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했다.
“사회라는게 인간의 본성을 희석시키는 것 같아요. 그걸 회복해야 정치도 맑아지고 사회도 깨끗해질텐데요. 제 작품은 그런 취지의 형상미술이죠.”
최근 작가의 근작들은 작업영역들을 확장해 병뚜껑과 인형, 화장품 케이스, 악세사리를 이용한 설치 작품 등과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패러디한 ‘월산동의 처녀들’, ‘비너스의 탄생’ 등 인간에 대한 성찰과 주제의식이 더 강해졌다.
이러한 작품들을 모아 지난 1일부터 오는 6월 15일까지 보성군립백민미술관에서 작가의 14번째 전시를 열고 있다. 개인전이 거의 없었던 백민미술관의 조현 관장의 제의였다.
전시 제목은 ‘월산동, 숨기고 드러내다’.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월산동 주변을 모티브로 사람들의 꿈과 욕망을 예리하게 포착해 이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 작품들이다. 작가 특유의 개성과 해학과 인간미가 더욱 유쾌하게 펼쳐진다.
“‘숨기고 드러내다’는 향수를 표현한 겁니다. 언젠가 TV를 통해 들은 말인데 귀에 박혔고 언젠가 이를 전시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향수가 인간의 몸에서 나는 나쁜 향은 숨기고 좋은 향은 드러내는데 월산동 아가씨의 느낌을 표현하기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상당히 복합적이면서 인간의 기본 내면을 표현하기에도 잘 맞고요. 인간 내면이 약점은 숨기고 강점은 드러내고 싶어하니까요.”
전시는 술병 뚜껑과 바비인형, 악세사리를 이용한 설치작품, 마네의 ‘올랭피아’,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을 패러디한 작품, 사진 위 드로잉, 그리고 인간들이 모여 글자를 이루는 형태의 작품 ‘점’, ‘술’ 등 작가의 최근 작품을 선보인다.
여전히 유미주의의 시각적, 감각적 쾌감을 의도하지 않고 주변의 현실과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면서 화려한 겉모습 이면의 상처와 진실을 증언한다.
작품 속 인물들의 독특한 색깔은 티타늄 화이트라고 했다. 인물을 표현할 때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지워서 표현하는 작가만의 개성적인 기법이다.
내용과 소재는 달라져도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회복’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여주는 걸로 멈추는게 아니라 치유되고 회복돼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작가는 강조한다.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더 많은 그림을 못 그린 것이 작가의 아쉬움이다. 보여주고 싶은 아이템이 아직 많은데 미처 작업을 못했고 완성하지 못한 오브제 작업들도 많다고 했다.
잃어버린 순수성을 갈망하고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작가의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무언가를 원하고 갈망하며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살펴보지만 현실의 벽은 다르게 변형되어 있습니다. 이제 타협된 사회 속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우리 모습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며 찾아나서 볼 겁니다.”
전시 문의 061-853-0003.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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