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사는 왜 ‘호봉제’서 배제되는가
특별기고

청소년지도사는 왜 ‘호봉제’서 배제되는가

행정편의주의가 야기한 차별
노동의 가치 사회통합 출발점
■오미화 전남도의원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적 불안정 시기를 거치며 신분과 정년 보장 그리고 호봉제가 적용되는 공무원 직종의 선호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호봉제는 근무 기간에 따른 예측 가능한 임금 상승을 보장해 전문성 축적과 업무 연속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으로 인해 1987년 이후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된 임금체계이다.

그러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종임에도 불구하고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은 사례가 존재하며, 그 대표적인 직종이 바로 ‘청소년지도사’이다.

청소년지도사는 1993년 ‘청소년 기본법’의 시행으로 청소년들이 겪는 정서불안, 심리적 문제, 관계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됐음에도, ‘호봉제’ 적용 대상에 배제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성문화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등은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과 호봉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러한 호봉제 미적용은 청소년지도사의 처우에 다음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첫째, 노동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한다. 청소년상담, 성교육, 자립 지원 등은 높은 전문성과 경험, 그리고 이타심과 봉사 정신이 요구되는 직무이다. 따라서 경력에 따른 경험과 숙련도에 명백한 차이가 존재함에도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는 건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이며, 이는 해당 직종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고 장기적인 역량 개발 동기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행정편의주의가 야기한 차별이다. 특정 법률에 근거한 설치 여부라는 형식적 기준이 실제 수행하는 사회서비스의 본질적인 기능보다 우선시되는 것은 명백한 제도적 모순이다. 유사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임에도 단지 행정적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보상 체계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차별이며,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

셋째, 필수 서비스의 질 저하를 방치하는 것이다. 낮은 처우는 경력 있는 전문가들의 이탈을 유발하여 서비스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훼손한다. 이러한 피해는 결국 가장 섬세한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 등 서비스 이용자에게 전가되며, 이는 사회 필수 서비스의 근간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전라남도에는 ‘전라남도 청소년지도자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 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 조례 제1조에서는 “청소년육성 업무에 종사하는 청소년지도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그 지위를 향상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전라남도 청소년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5조에는 “청소년지도자의 보수가 청소년육성 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6조는 도지사가 3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에 보수 수준 달성을 위한 연차적 개선 계획 및 예산 확보 계획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지도사들이 여전히 호봉제 사각지대에 놓여 열악한 처우를 감수하고 있는 현실을 전라남도가 방치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돌봄 노동과 사회서비스 노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지만, 정작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의 기본적인 처우와 경력 인정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호봉제’ 도입은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필수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 부여 수준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다.

더 이상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지자체와 관련 중앙부처는 호봉제 사각지대에 놓인 필수 노동자들이 정당한 경력을 인정받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이에 상응하는 예산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전라남도는 ‘전라남도 청소년지도자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책무를 즉각 이행하여 청소년지도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호봉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것이 사회 통합의 출발점이자 기본원칙이다. 경력이 축적될수록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직업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정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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