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기억되는 오월, 세계로 퍼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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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기억되는 오월, 세계로 퍼졌으면”

김종분 광주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 제5대 단장
음악 통해 민주·인권 ‘오월 정신’알려
해남·광주 여성들 항쟁 기록집 편찬도

김종분 광주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 제5대 단장
“아이들이 연주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타고 광주의 청소년들이 세계로 날아가 오월의 정신을 더 널리 전하길 바랍니다.”

김종분 광주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 제5대 단장(67)은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오월의 의미를 예술로 전달, 다음 세대가 ‘오월 정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길 희망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1980년 동덕여대 총학생회 활동 중 ‘서울의 봄’을 경험한 김 단장은 그해 광주항쟁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다 체포돼 군사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이후 해남으로 내려가 농민운동, 여성운동에 앞장섰고 전남도의원과 전남도여성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오케스트라 단장, 공동체라디오에서 여성 이슈 음악방송 ‘젠더살롱’의 DJ로 활약 중이다.

김 단장은 해남과 광주 여성들의 항쟁 기록집 편찬에도 참여했다. 2002년 ‘해남민중항쟁동지회’를 만들고 2010년에는 구술사료집 ‘땅끝 해남에서 타오른 오월항쟁’을, 2019년에는 ‘5·18 기억과 역사 9 송백회편'을 펴냈다.

김 단장은 “그 시절 감옥에서 보낸 시간과 청춘의 고민이 나를 전남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서울역에서 해산하지 않고 싸움을 이어갔더라면 광주가 그렇게 고립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그날의 선택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단장이 이끄는 광주 5·18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젝트다. 매년 3월 단원을 모집해 12월까지 10개월간 활동하며 연말에는 발표회를 연다. 아이들은 다양한 곡을 배우고 광주의 역사적 장소에서 공연을 진행, 악기를 통해 ‘민주·인권·평화’의 가치를 배운다.

김종분 단장은 “처음엔 바이올린이 멋져 보여서 오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연주하며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며 “광주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시민의 감수성을 지녔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플래시몹’을 꼽은 김 단장은 올해도 새로운 감동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는 “오후 5시18분, 광장에 종이 울리자 아이들이 악기를 들고 나와 합주했고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며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 실감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깊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이야말로 오월정신의 가장 단단한 전승자”라며 “예술로 기억되는 오월이야말로 가장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전승 방식이다. 음악뿐 아니라 미술,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5·18청소년오케스트라는 오는 16일 오후 5시 18분 전남대학교 정문 5·18사적지 야외무대에서 ‘오월, 첫동네 희망을 노래하다’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조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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