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 ‘5·18 왜곡 현수막’…관할 지자체 외면 ‘빈축’
사회

광주 곳곳 ‘5·18 왜곡 현수막’…관할 지자체 외면 ‘빈축’

자유민주당, 광주시청 인근 게시
서구 ‘현수막 철거’ 법적근거 없어
역사왜곡·폄훼 소극적 태도 방치

광주시청 인근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한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독자 제공
최근 광주 도심 여러 곳에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한 가짜뉴스를 내용으로 한 정당 현수막이 버젓이 내걸려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관할 지자체는 정당 현수막의 경우 내용과 무관하게 현행법상 현수막 규격 기준만 벗어나지 않으면 게시를 막거나 강제 철거를 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너무 정치권의 눈치만 보는 소극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적극 행정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5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청 인근 도로에 ‘권영해(전)안기부장, 5·18에 북한개입은 사실, 현재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라는 내용의 자유민주당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해당 현수막은 지난해 9월에도 광주시청 인근 5·18기념공원 일대에 게시됐고, 계엄군에 의해 시민학살이 자행된 주남마을에도 걸렸다.

당시 5·18기념재단은 5·18 왜곡·폄훼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을 경찰에 고발했고, 같은 해 8월에도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게시한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을 고발한 바 있다.

이처럼 도심 곳곳에 5·18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극우성향 정당들의 선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관할 지자체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라 해당 현수막은 위법 요소가 없기 때문에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동별로 2개, 기간은 15일 이내로 설치할 수 있고,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구역, 버스정류장, 육교 등 설치는 금지된다.

교차로 5m 이내, 횡당보도·버스정류장 10m 이내에 설치할 경우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현수막 하단 기준 2.5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정당명과 연락처, 설치 업체 연락처, 설치 기간 등을 현수막에 넣어야 한다.

서구 관계자는 “5·18 역사왜곡 내용이 담긴 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자주 들어오고 있지만, 옥외광고물법상 불법으로 판단할 규정이 없어 철거할 수 없다”며 “정당 측이 법적 규정에 근거해 현수막을 게시했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평택시, 광주 광산구 등이 탄핵정국과 맞물려 무분별하게 게시된 불법 정당 현수막을 단속한 것과 비교하면 서구의 대응은 대조를 이룬다.

평택시는 불법 현수막에 대한 철거와 행정 조치를 강화하고 연중 집중 단속을 추진하고 있으며, 광산구 역시 지역 자치구 중 처음으로 불법 게시한 정당 현수막에 대해 계도 조치를 넘어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정작 서구는 5·18민주화운동 특별법에 위배되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해당하는 현수막에 침묵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에 따라 해당 현수막이 위반 소지가 없을지라도 불법 비상계엄과 독재에 맞서 싸운 광주에서 5·18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5·18 관련 현수막 문제는 단순한 정당 간 갈등을 넘어 광주 공동체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심각한 문제다”며 “서구는 광산구의 선례처럼 규정을 명확히 적용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정당 현수막도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18 폄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 5·18재단 또는 광주시와 논의를 거쳐 규정 위반 시 패널티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잊을 만하면 극우성향의 정당들이 광주에 5·18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며 “탄핵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란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현수막을 게시한 정당을 서부경찰서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

오늘의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