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에 빚진 마음 '따뜻한 손' 위로 담아
전시공연

80년 광주에 빚진 마음 '따뜻한 손' 위로 담아

최평곤 작가 미로센터 작품 설치
7일 미로센터서 개막행사

최평곤 ‘따뜻한 손’
대나무로 엮은 거대한 사람이 길게 손을 내밀고 있다. 무언가 품는 느낌이 드는 것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최근 동구 미로센터 2층에 설치된 최평곤 작가의 공공미술 작품 ‘따뜻한 손’이다.

이번 작품은 일제 강점기 광주읍성 철거 후 식민체계에 따른 공간 재편으로 도시개발사에서 근대화·상업화의 경제 중심지로써 예술상권이 형성되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전개됐던 장소와 맞닿아 있는 예술의 거리(1987년 명명) 일원의 기억 자원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최 작가는 작품 제작 배경에 대해 “한국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빚진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월 광주는 ‘나’라는 개인을 넘어선 우리 모두의 아픔이었다”며 “비극의 시대를 이겨내고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광주 시민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며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담아 ‘따뜻한 손’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군대 제대 이후 고향 후배의 권유로 세종대학에 진학한 최평곤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동시대성과 그 시대를 구성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우리’ 즉 공동체로부터 발현된 주제를 대하는 태도에 작가정신이 내재돼 있다.

최 작가의 대나무 작업은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공주에서 열린 설치미술전부터 시작됐다. 동학의 상징적 매체인 죽창으로부터 민중의 희망과 투쟁의 상징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하는 재료의 특성에서 생명은 때에 따라 생성하고 번성하다 소멸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대나무를 통해 영원할 수 없다는 생명의 순리를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미로센터에 설치한 ‘따뜻한 손’은 프로젝트형 단기 전시 설치 작품이 아니기에 작품의 영구적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의 철 프레임이 아닌 스테인레스 프레임으로 제작해 외부 마감재인 대나무의 교체 시기가 도래했을 때 효율적인 교체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또한 장소적 스토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 형태와 규모를 결정해 드로잉 하고 실제 제작 크기를 고려한 골조 설계를 한 후 모형을 제작했다.

작품이 설치될 미로센터의 기후 환경을 고려해 비, 바람, 등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검토하고 프레임을 제작했다. 마지막 과정으로 대나무를 프레임에 이어 붙여 작업을 완성했다.

대나무를 씨줄과 날줄로 엮는 방법으로 사람의 형상을 단순화해 덩어리로 표현해 독특한 볼륨감을 안겨주는 그의 작업에서는 개개인의 성찰, 그 이유와 내용은 저마다 다르지만 압도적인 크기의 사람의 형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 속 성찰로 이끄는 자극제, 무게감으로 다가간다.

어느 비평가는 최평곤의 작품에 대해 ‘생명 모심’, ‘거대한 일어섬의 민중 의지’라 했는데, 아마도 작품에서 환경과 역사 그리고 인간적 도리로서의 성찰로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최평곤의 작품 주제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초상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할 희망이자, 삶의 이치로 표현된다

최평곤 작가는 “넓은계층,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문화로 소통하고 공동체 기반의 ‘정향’을 제시하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미로센터를 해석하였으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관심을 두는 행위, ‘그 자체’가 ‘위로’가 될 수 있다. ‘위로’를 통한 어울림으로, ‘나’에서 ‘공동체’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1997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민미협과 함께 5·18 전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2020)이 마련한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에 ‘평화의 손’을 전시한 바 있다.

한편 개막식은 7일 오후 4시 미로센터에서 열린다.

/이나라 기자

최평곤작가
최평곤 작가가 ‘따뜻한 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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