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진 ‘유목동물+인간-문명 10’ |
소치허련의 운림산방 화맥을 5대째 이어온 허진 작가(전남대 교수)가 서울 신촌 아트레온 갤러리에서 34번째 개인전 ‘왈츠 포 사일런스-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연작과 ‘유목동물+인간-문명’ 연작 등 총 2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허 작가는 인간의 기억은 불확실성을 띠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기억의 축적이 곧 역사이며 또한 역사가 개인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다층적 기억을 인문학 입장에서 재해석해 평면에 풀어낸다.
‘유목동물+인간-문명시리즈’는 과학문명 숭배에서 비롯된 폐해를 치유하고자 하는 환경친화적 생태론을 기반으로 형상화한 연작이다. 유목동물을 자유롭고 복잡하게 배치하는 여러 이미지의 나열은 자연과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작가의 소망과 열정을 담았다.
허 작가는 수묵화의 전통적 특징인 함축미를 벗어난 서사적 미적구조를 바탕으로 한 독특한 형상적 유희세계를 채색화적 성격이 강한 표현방식에 의해 구현한다. 이는 전통이라는 중압적 중층의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세이며 모더니즘에 대한 다중적 콤플렉스를 승화시키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유목동물 인간문명시리즈’는 유목동물을 자유롭고 복잡다단하게 배치해 자연과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하는 작가의 소망과 열정을 드러낸다. 그 위에 부유하는 흑백 인간 군상들과 문명 소산물인 사물을 부속테마로 등장시키면서 기술 중심 문명의 허구성과 익명화된 인간의 피폐성을 부각시킨다. 혼란스럽다고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이미지 화면은 인간과 사물의 근원을 추구하는 일관성을 담은 전체적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합창적 이미지를 가미해 조화롭고 안정적 분위기를 흐르게 한다.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시리즈’는 유전자 조작 및 가공, 생명복제, 세포융합 등의 유전공학기술과 생명공학기술이 자연 생태계의 오묘한 균형을 교란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허 작가는 서로 다른 동물을 합체해 탄생된 기이한 이종융합동물을 묘사해 이러한 생물학적 오염과 생태적 재앙을 부각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사회를 지향하고자 했다.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공존할 공동체를 상징할 수 있는 대상을 섬으로 표현했습니다. 섬은 어린 시절에 각인됐던 다도해 풍경에서 영감을 얻었고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이나 플라톤의 대화편에 나오는 아틀란티스 같은 유토피아로 상상했죠. 망각된 윤리의식에 젖은 과학문명에 경고하고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풍경을 묘사해 지혜로운 공동체적 삶들로 이루어진 마음속의 유토피아를 창조하고자 했습니다.”
전시는 14일까지.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