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구경 한번 나가보시게요
화요세평

남도구경 한번 나가보시게요

감충식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부장>

필자는 서울에서 근 40년 넘게 살다가 작년 초에 직장근무를 위해 광주에 왔다. 이 좁은 땅에서 외지인 내지인을 따질 게 뭐 있겠냐마는 굳이 나누자면 외지인이기는 한 셈이다. 지금껏 남도여행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던 외지인인 나에게 긴 시간동안 광주에 머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어찌 마음이 설레지 않았겠는가. 예술과 멋과 맛이 넘치는 남도, 광주의 명산 무등산은 말할 것도 없고 조금만 나서면 남도의 수많은 섬들과 아름다운 풍광들…. 남들은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 남도여행을 한다는데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행이란 것은 한번 하려면 하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미리 알아볼 수 있으니 훨씬 낫긴 하지만 그래도 여행계획을 짜는 것은 아주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곳 광주에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2014년 9월 전라남도와 금호고속이 협력하여 7개 코스로 시작한 남도한바퀴가 바로 그것이다. 가볍게 몸만 나서면 만원도 채 되지 않은 저렴한 비용으로 대표적인 관광지를 당일에 둘러볼 수 있고, 별도 비용이긴 하지만 그 지역의 대표적 맛집에서 점심식사도 할 수 있다. 남도한바퀴 여행버스는 광주고속터미널에서 출발하는데, 송정역도 들리므로 열차와 연계하면 전국 각지에서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 남도한바퀴를 이용해 보신 분들은 얼마나 될까? 남도한바퀴 이용객들은 지난 5년간 12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하니, 외지인들이 아닌 광주시민들이 모두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인구대비 10%를 훨씬 밑도는 수치이다.

물론 남도한바퀴를 이용해 보신 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 관광상품은 외지인들을 위한 것이지 우리 현지인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든지, '이미 인근의 왠만한 관광지는 다 둘러보았다' 또는 '남도는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니 우선 다른 곳 먼저 관광해 보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도 남도의 구석구석 뛰어난 풍광을 속속들이 제대로 즐겨보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한 심리학 연구팀 실험에 따르면, 쥐를 두 무리로 나눠서 한쪽은 발판을 한번만 굴려도 사탕이 나오도록 했고 다른 한쪽은 15번을 굴러야 사탕이 나오도록 했더니, 발판을 더 많이 굴려야 했던 그룹의 쥐들이 사탕을 더 잘 먹었다고 한다. 동일한 성과라 할지라도 노력을 많이 해서 얻을수록 그 가치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들도 풍광이나 음식의 맛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남도는 내가 사는 곳이라는 혹은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인근 관광지가 아닌 멀리로만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닐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남도한바퀴 역시 잠정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극단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 단계로 전환하면서 그동안 큰 타격을 입었던 관광업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3차추경을 통해 공연과 숙박, 관광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쿠폰발행에 716억을 투입하기로 하였으며, 전라남도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여 '음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컨텐츠와 스토리를 만드는 새로운 관광트렌드 창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제대로 방향을 잡은 좋은 정책이다. 관광산업의 제1단계는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자연경관 중심의 볼거리를 발굴하는 것이지만, 관광산업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연자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입히고 컨텐트를 확충하여야 하며, 또한 찾아온 관광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음식업이나 기념품 판매업 등 관련 소비시설의 활성화가 중요한 법이다.

전라남도 관광과에 따르면 현재 잠정중지중인 남도한바퀴 여행상품을 20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라 한다. 물론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기하여 안전한 관광여행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니, 그동안 우울했던 코로나 블루를 떨쳐버리고 남도한바퀴 돌아보면서 현지의 맛집도 한번 들러 보심 어떨까 한다. 시간내서 남도구경 한번 나가보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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