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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마음먹은 일들을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서야 하는 시기라고 한다면, 어떠한 일을 할 것인지와 그 일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또 그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들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성공하는 경우보다 중도에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계획이 엉성하거나 의지력의 부족으로 원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만약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 또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들을 세운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은 조정력을 키우는 것이자, '적응'의 기본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계획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이러할 진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다. 평온한 하루를 방해하는 미세한 스트레스 자극에서부터 압도적인 방식으로 삶을 뒤흔드는 강렬한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이렇듯 다양한 내외부 자극이 주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각자의 대응 방식이 바로 '적응'인데, 이는 각자의 고유한 지문과도 같다. 일종의 심리적 면역체계와도 같다.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조직과 전략을 지니고 있다. 일차적인 방어선을 담당하는 선천면역 체계는 대식세포나 호중구, 자연살해세포 등 각자의 전투력을 발휘해 즉각적으로 적을 공략하고, 후천면역 체계는 B세포, T세포 등의 활약을 통해 유사시에도 전투력을 발휘하게끔 이차방어선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선천면역은 타고난 것이지만, 후천면역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지, 어떠한 적들의 공격을 받고 방어선을 구축했는지에 따라 달리 형성될 수 있다.
마음의 면역체계 또한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마음을 보호하는 조직과 전략의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피할 없는 시련, 가령 사고나 가족의 질병처럼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고통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일종의 세균과도 같다. 반면, 마치 우리 몸을 숙주로 기생하는 바이러스처럼,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적응하려다 보니,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선택하며 아파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의 욕구를 무조건 희생한다거나 아무도 믿지 않은 채로 부정적 해석에 휩싸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습관과 태도가 성격을 형성하고 삶 전체를 집어삼킬 수도 있다. 바이러스가 몸 전체를 파괴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외부의 적들로부터 마음을 보호하는 방식 또한 타고난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성격의 유전자인 기질(temperament)을 비롯해서 타고난 환경과 재능과 같은 요인들은 선천적인 면역체계로 작동할 수 있는 반면,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고통보다는 수용이나 성장을 바라보는 태도나 습관들은 후천적인 면역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적응력'과도 같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상을 만들고, 대인관계에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으며, 능력의 발휘를 통해 일에서 성취감을 맛보려는 삶의 태도가 바로 이러한 심리적인 후천면역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자기상을 비롯해서 욕구나 감정의 조절력을 갖는 것 또한 후천면역을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원하지 않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며, 이는 적응을 촉진 시키게 된다.
올 한해 계획한 일을 구체화 시키고자 한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계획한 일을 이루기 위해 혹시 원치 않은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