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 황금률과 은률
화요세평

<화요세평> 황금률과 은률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정치권 책임지는 태도 필요
사생결단의 파국은 막아야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 예수님의 마태복음서에 나오는 말씀으로 소위 '황금률(Golden Rule)'이라고 칭합니다. 비단 기독교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이슬람교와 유대교와 같은 다른 종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 이성의 기본원칙과 같은 것입니다. 인간사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동물의 세계와 달리 물리력을 동원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조화로운 삶을 살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내가 원하는 것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이 정립된 것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초유의 사태로 인하여 국론이 찬반으로 분열되고 수개월 동안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응당 공익을 위해 노력해야 할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까지 자신들의 이익을 계산하는 데에만 머리를 쓸 뿐 국가의 근본이 되는 국민의 이익은 뒷전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파도에 휩쓸리다 곧 수장될 운명인 난파선과 같은 나라의 처지를 바라보면서 난파선에 몸을 의탁하고 살 수밖에 없는 초라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때론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별도리가 없는 처참한 상황에 모든 것을 내 일이 아닌 양 방관할 수밖에 없느냐는 체념에 이르게 됩니다.

누구의 지지를 받아 어떤 경위로 선출되었건 간에 선출직은 유권자 모두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여야 하고 이는 너무도 당연히 이치입니다. 탄핵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 대통령이건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조건 남 탓이라는 주장밖에 없습니다. 3분의 2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역시 현 시국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반대에 서 있다는 이유로 제거해야 하거나 억눌러야만 하는 대상으로 삼아왔던 정치는 파국에 이르렀고 참혹한 결과에 대한 고통은 올곧이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에 근거하여 관세와 국방비 분담을 무기 삼아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화할 상대조차 정해지지 않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을 것은 너무도 뻔한 사실입니다.

'무엇을 해주어라.'라고 하는 황금률의 적극적인 표현과 달리 공자의 논어에는"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라는 소극적인 표현의 방식이 나오는데, 이를 '은률(Silver Rule)'이라고 합니다. 황금률이 자신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내가 받고 싶은 무엇인가가 남이 받고 싶은 것인지 나아가 오히려 불쾌한 일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 있는 반면에 은율은 적어도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기에 황금률보다는 타인의 입장을 더 고려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릇 지금의 상황을 보면 나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들에게 옛 성현들이 도덕적인 기준으로 삼았던 황금률을 따르라고 이야기해 보아야 귓등으로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이기에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합니다. 다만 '은률'이라도 지키려는 태도와 사고를 견지하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남의 이익을 우선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어려운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 또한 지킬 그릇이 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타인으로부터 받기 싫은 대접이나 행동을 타인에게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처지나 위치의 다름의 차이가 있어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사생결단의 파국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런 생각만 하더라도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는 수준의 변명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걸 지지하는 몇몇이 있다고 하여 다른 다수의 사람에게 '계몽'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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