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규위반 ‘공익신고’ 분풀이 전락 우려
사회

법규위반 ‘공익신고’ 분풀이 전락 우려

각 경찰서 하루 최대 120건 접수…역기능 심각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사회 불신 조장도

운전자 등이 직접 교통법규 위반차량 등을 블랙박스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경찰서에 제보하는 일명 ‘공익신고’가 갈수록 늘면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공익신고로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적발된 운전자들 사이에선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는 식의 막무가내 보복성 신고가 잇따라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는 등 사회적 불신마저 키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2일 광주경찰 등에 따르면 각 경찰서 교통과 민원실에 교통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공익신고가 하루평균 50건, 많은 곳은 120여건 넘게 접수되고 있다.

공익신고는 운전자가 경찰서에 직접 방문해 교통법규 위반이 의심되는 차량 영상을 제공하거나, 스마트폰 어플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 및 온라인 국민신문고란 등에 관련 영상과 글을 게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은 제보영상이 접수되면 확인절차를 거쳐 교통법규 위반사실이 적시된 안내물을 위반차량 등록지에 보내 운전자에게 확인절차를 거쳐 벌금 및 과태료를 부과한다.

공익신고는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스마트폰 어플이 활성화되고 차량블랙박스 등이 보편화되면서 최근 건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에선 공익신고가 점차 정착되면서 교통질서 확립 및 사고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정된 경찰 인력으로 모든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제 때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블랙박스가 도로 위의 감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당수 신고내용은 주행 중 차선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경미한 신고부터 운전자의 주관적 판단이 다분한 끼어들기 등 무분별한 ‘화풀이성’ 신고가 주를 이루면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10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서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를 받은 고 모씨(41)는 “공익신고자가 제출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차선변경이었다”며 “주행 중 사고위험이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경찰은 공익신고자가 국민신고란에 영상을 올려 관련 절차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며 경고장을 발부받았다”고 말했다.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운전행위임에도 상대운전자의 주관에 따라 공식신고로 포장돼 일반적인 운전행위가 범법행위로 간주되는 등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공익신고로 범칙금이 부과된 정 모씨(40)도 “사소한 교통법규 사안으로 일일이 범칙금을 부과하고 신고가 남발되면 시민사회가 불신으로 가득 찰 것”이라며 “공익신고 취지와 제도는 좋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공익신고가 개인적인 보복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도 밀려드는 공익신고 처리로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피신고자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 기계적인 업무처리에 그쳐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신고는 단속장비가 없는 곳에서 눈치껏 위반해도 된다는 생각을 근절하고 자발적인 교통법규 준수문화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신고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아 경찰서에 방문한 민원인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경미한 사안에 대해선 범칙금보다 경고장 발부를 권고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운용하는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면 효과가 반감되고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선진화된 시민의식과 함께 공익신고 시스템의 보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고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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