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범 화정남초 씨름부 코치 |
광주 화정남초등학교 씨름부를 이끄는 이상범 코치(31)는 씨름판 중심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젊은 지도자다. 부상으로 인해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유소년 씨름의 미래를 위한 이 코치의 열정은 누구보다 깊다.
이 코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씨름을 시작했다. 서산초를 졸업한 후 용봉중, 광주공고를 거친 이 코치는 전주대학교 씨름부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광주시체육회 소속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나 무릎과 허리 부상으로 2017년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씨름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대학 시절 미리 준비한 자격증을 바탕으로 고향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은 이 코치를 광주로 이끌었고 2017년 6월 화정남초 씨름부 코치로 부임했다.
이 코치의 지도 철학은 씨름 실력보다도 ‘사람을 먼저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한다. 요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한 만큼 유대감을 형성하고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문 선수로 육성되지 않더라도 유소년기에 씨름을 배운 경험이 학생들의 삶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도 철학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신체 단련 또는 재미를 위해 씨름을 배우지만 씨름 종목 특성 덕분에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며 “예와 도를 중시하고 경기 전후 인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화정남초 씨름부에는 9명의 학생이 소속돼 있으며 훈련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경기 집중력과 실전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진행된다.
이 코치는 학생들이 씨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을 얻고 있으며 자질을 갖추고 적성에 맞는 경우 선수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코치가 부임 후 지도한 제자 정박문은 현재 인하대 씨름부에서 활약 중이다.
이 코치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씨름에 매력을 느끼고 진로를 정한 아이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꼭 선수가 아니더라도 씨름을 경험한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54회 소년체전에서는 이 코치의 제자 박유찬이 14년만에 광주씨름에 금메달을 안겨 화제가 됐다. 이 코치는 “그동안 전국 대회에서 항상 입상은 해왔지만 소년체전 금메달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훈련 환경이 점점 좋아지면서 광주씨름도 주목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즐겁게 운동하며 성장할 수 있는 씨름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이 코치는 “단순히 성과에 목적을 두지 않고 올바른 정신과 인성을 함양하는 학생선수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씨름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며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연계 육성이 가능해진 지금, 광주도 씨름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