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라카이의 일몰을 즐기며 먹는 만찬은 파티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
![]() 보라카이 서쪽 중앙 해안에 위치한 화이트 비치는 그 이름처럼 하얀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
보라카이의 도심 골목 골목을 지나 도착한 식당은 바로 한식 전문점. 꽃게, 조개 등 해물이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와 후식으로 나온 망고까지 다 먹자 일행들의 얼굴은 노곤해진 분위기였다.
다음 이동장소는 현지 마사지숍이다. 원래 보라카이 여행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사지를 받으며 힐링을 즐기는 것이다. 1시간 30분 가량 마사지를 받고 트라이시클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일행들의 달콤한 낮잠이 끝나자 필리핀의 오후도 깊어갔다. 그러나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일행들과 함께 보라카이의 명소 디몰로 향했다. 디몰은 옛날식 전통 건물들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과거 보라카이 원주민들이 이곳에서 지내던 시절, 덴마크인들이 여행을 오기 시작하면서 보라카이 섬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에 고마움을 느낀 보라카이 원주민들이 덴마크인들을 기려 앞글자인 D를 따서 그들이 도착한 지역을 ‘디몰’이라고 지었다 한다. 디몰 안에는 다양한 식당가와 상점들이 많이 있으니 쇼핑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오후 일정을 마치고 저녁에는 예약한 레스토랑으로 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니 야외 레스토랑이 있었다. 저녁 식사는 한식과 현지식이 믹스된 코스였다. 보라카이 하늘 한 끝은 노을이 져 붉게 물들고 있었다.
“식사자리가 파티의 한 장면 같아요!”
고객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때 우리 스텝들이 반찬을 꺼내 왔다. 나는 여행을 떠날 때 항상 한국 반찬을 준비한다. 같이 떠나는 고객들을 위해서다. 현지식은 처음에는 한두 번 호기심에 먹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한식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반찬을 준비해가면 현지식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첫 번째로 나온 요리는 돼지고기 볶음과 계란이 들어간 음식이었다. 적당한 간장소스에 현지 맛도 살짝 가미된, 쫀득쫀득한 맛이 별미였다. 밥도 먹고 싶은 만큼 그릇에 담겨 나왔다. 두 번째로 나온 음식은 튀긴 면발과 소스가 곁들여진 요리였다. 스파게티면 튀긴 거랑 비슷한데, 면이 좀 더 굵은 것으로 튀긴 듯 바삭하고, 소스와 야채들과 잘 어울렸다.
세 번째는 생선가스인데 생선 비린내는 나지 않고 달콤 매콤한 소스가 매력적이었다. 네 번째는 닭볶음 요리였다. 닭고기가 정말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일행들도 “닭이 이렇게까지 부드러울 수 있나?”하고 신기해했다. 식사자리가 즐겁고, 분위기도 여유로워지자 저마다 포근해지는 표정을 지었다. 여행업자로서는 이럴 때가 제일 뿌듯하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배불리 밥을 먹었겠다, 힘도 생겼으니 공연을 즐기러 가야 한다. 낮에 식사하러 가는 길에 들렀던 어메이징쇼 공연장으로 일행들을 안내했다.
다양한 공연 중에서도 한국공연을 따로 만들었는데, 아름다운 현지 배우들이 한국공연을 한다니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고객들을 위해 공연을 관람하며 마실 수 있도록 필리핀산 오리지널 산미구엘을 준비했다.
공연은 신나고 화려했다. 고객들은 즐겁게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벌써 서로가 친해졌는지 호칭들도 정해졌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연애와도 같아서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결국은 마음을 열게 되기 마련이다. 이번에 참석한 고객들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았다. 그만큼 인생에 대한 연륜이 엿보였다. 급하지도 않고 또 무작정 요구하지도 않았다. 여행사 직원들은 고객들의 몸종이 아니다. 가끔은 그런 것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건 오히려 여행을 망치게 한다.
여행은 같이 왔더라도 때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 낯선 타인들의 친절 속에서 자신의 밝은 면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공연이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고객들은 보라카이의 한 유명한 펍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술이 들어가니 신이 난 고객들은 내친김에 보라카이 유명 클럽까지 돌진했다.
3일째 되던 날은 환상적인 파라세일링이 준비됐다. 아침 식사 후 파라세일링을 즐기기 위해 큰 배로 이동했다. 표를 구입하고 팀을 짜서 보트로 이동하게 되는데 보라카이의 환상적인 바닷가 한가운데까지 움직여야 한다. 저 멀리서 파라세일링을 즐기는 낙하산을 발견하자 일행들이 환호를 질렀다.
보라카이의 드넓은 창공을 낙하산을 타고 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 좋고, 날씨가 맑아서 더욱 좋았다. 일행들이 차례차례 하늘로 올라가고 나도 낙하산을 등에 지고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푸른 하늘 속으로 빨려들 듯 올라갔다. 보라카이의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줄 하나만으로 상공 약 100m 정도로 올라가는데 위에서 보는 바다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육지로 돌아왔다. 바다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현지 유명한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특히나 여기서는 여행사에서 추가로 주문한 요리가 있었다. 이번 여행에 동참해준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행사 비용으로 모든 사람에게 특별 요리를 제공한 것이다. 꼬지로 나온 생선 요리인데 정말 부드러웠다. 처음엔 생선인 줄 모를 정도였다. 다들 맛있다며 좋아하는 표정들이었다.
그 얼굴에선 여행의 피로를 찾기 힘들었다. 사실 그것은 내 철학이기도 했다. 나는 빡빡한 여행 스케줄로 고객들이 피곤함을 느끼게 하는 여행을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보라카이 여행도 적절한 여행코스와 휴양으로 구성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지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즐거워하며 얼굴이 생생해졌다.
다음 코스는 호핑투어다. 최소한의 장비로 바다를 둘러보는 호핑투어는 보라카이만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여행 상품이다. 주인공은 보라카이의 바다지만 호핑투어를 하기 위해 가는 도중 얼굴을 내미는 섬들의 모습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저 멀리서 푸카 비치가 모습을 보였다. 저곳에는 매우 유명한 호텔이 하나 있는데 영화배우인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찾는 곳이다. 마치 해변과 호텔이 하나인 듯한 느낌이랄까.
배는 푸카 비치에 정박했다. 보라카이의 푸카 비치는 아직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 고객들은 쉬는 시간을 활용해 각종 광고와 모델화보 촬영으로 많이 찾는 보라카이 푸카비치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윽고 호핑투어가 시작됐다. 모두 조끼와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 물고기들은 물론 산호초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번 보라카이 여행에서는 여행사 자체적으로 찍은 사진이 1,500장이다. 이렇게 많이 찍은 이유는 고객들에게 사진앨범을 만들어 나눠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평생의 기억인데, 앨범 하나쯤 선물하는 것이 대수겠는가.
일행들은 밤에도 전날 찾아갔던 클럽에서 열정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무안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인천처럼 도착해서 몇 시간씩 버스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한국에 도착해 헤어질 때는 모두 아쉬운 얼굴이었다.
그거면 됐다. 사실 이번 기획 여행은 그리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이 정도 가격에서 이윤을 내려면 어떤 여행사들은 현지 옵션 상품을 강제로 소개한다거나, 먹는 것의 품질을 낮추거나 몇 개의 프로그램을 빼버리는 짓을 저지르기도한다. 그것은 여행 자체를 죽이는 행위다. 내가 여행사를 시작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내가 사랑하는 여행을 망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조금 손해 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손해가 될 수 없다. 속이려고 하지 않으면 친절로 되돌아온다. 보라카이를 찾았던 일행 중 상당수가 다음 여행을 선택하기 위해 나를 다시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알지오투어에서는 오는 8월 31일까지 무안 출발 보라카이 여행상품을 운영한다. 수요일 출발(3박4일)과 토요일 출발(4박5일) 주 2회다.
/강영옥(여행전문가, 알지오투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