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시 서구청이 명품공원을 만들겠다며 최근 완공한 금호어린이공원이 주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
기존에 있던 정자와 놀이기구가 노후화됐다는 이유로 모두 철거시키면서 보도블럭을 공원 대부분의 면적에 깔아놔 동네사랑방 역할을 하던 공원은 온데간데 없고 딱딱한 바닥에 부상을 입는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구 금호2동에 위치한 금호어린이공원.
지난달 14일 3개월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완공된 공원엔 어르신 한 명과 손자 한 명만이 공원을 찾았다.
손자는 자전거를 이끌고 곳곳을 누비며 뛰어다니고, 함께 나온 할머니는 행여 보도블럭에 손자가 넘어져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지켜보고 있다.
금호어린이공원은 건립된 지 20여년이 넘은 낡은 놀이기구와 정자 등을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주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처지다.
양 모씨(72·여)는 “예전에는 낡긴 했지만 정자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랑방 같은 공원이었는데, 리모델링 공사 이후 정자와 놀이기구가 사라져 이용하는 주민들이 거의 없다”며 “얼마나 많은 돈을 들여 공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민들이 찾지 않는 공원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을 지나던 오 모씨(69·여)는 “이름만 어린이공원이지 바닥을 온통 보도블럭으로 만들어놔 아이들이 자칫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정자도 없고 손자들도 놀기에 좋지 않은 곳에 누가 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낡은 시설물을 철거시키고, 명품공원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년여간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이용률이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서구는 지난해 초부터 주민들과 인근 초등학생들로부터 의견청취를 했으며, 다른 공원보다 안전성을 갖춘 명품공원을 조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청 관계자는 “1995년 공원으로 지정된 이래 23년이 지나면서 시설물들이 낡아 지난해부터 주민의견 수렴기간을 거쳐 올해 완공했다”면서 “기존 놀이시설이나 정자 등은 아파트단지 내에 있는 놀이터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만큼 주민들의 휴식과 안전한 산책로 확보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호어린이공원은 1억7,000여만원을 들여 주민들을 위해 만든 명품공원화 사업 중 가장 첫 번째 공원이다”며 “예전에 사용하던 시설물들이 없어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더 좋은 의견을 주민들이 제시한다면 내년에 예산을 확보해 편의시설을 추가로 갖추는 방향도 고려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