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토박이에서 군민 살찌우는 큰 대나무 되다
초중고 대학까지 담양에서…지역민 신뢰 깊은 진짜 토박이
12개 면 군민 살림살이 꿰뚫고 있는 뚝심과 의리의 사나이
‘댓잎 바람’ 음반까지 낸 정식 가수 구성진 노래로 재능 기부
어릴적 꿈 지금도 간직…훗날 양로원 만들어 어르신 모실 것
골리앗 이긴 다윗처럼 민주당 텃밭에서 일군 기적의 깜짝 승리
중앙당 낙점 없이 군민이 선택해야 ‘진짜 자치·진짜 군민 주권’
차 문 열어주기 등 일체의 의전 금지하고 개인 차량으로 출퇴근
서민 군수·평범한 군수로 담양 발전 군민 행복 위해 ‘뚜벅 뚜벅’
3천 년 전 블레셋 군의 장수 골리앗과 이스라엘의 소년 다윗이 전투에서 맞붙었다. 싸움에서 져본 적이 없고 체구가 3m에 달하는 골리앗의 손쉬운 승리가 예견됐다. 게다가 골리앗은 수많은 장수를 거느리고 있었다.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다윗은 사울 왕이 내린 갑옷과 투구도 벗어버리고 매끈하고 작은 돌멩이 다섯 개를 가지고 골리앗에 맞섰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그대로다.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쳤다.
성경 속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지난 4월 2일 담양에서 벌어졌다. 전임 군수의 당선 무효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골리앗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와 조국혁신당 다윗 정철원 후보가 맞붙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현역 의원 40여 명이 담양을 찾아 총력 지원에 나섰다. 정 후보는 중앙당의 지원이 없지 않았으나 그야말로 단기필마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민주당 후보의 우세를 점쳤으나 결과는 정 후보의 승리였다. 3천 년 전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쳤듯 담양에서 ‘다윗’ 정 후보가 ‘골리앗’ 민주당을 이긴 것이다.
#군민의 힘 믿고 처음부터 승리 확신
“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사실 단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광주·전남의 정서, 그리고 중앙당의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는 우리 담양 군민, 저를 응원해주시는 군민들의 힘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정 후보는 ‘의외’로 처음부터 승리를 확신했다고 했다. 정군수의 이러한 확신은 표면적으로는 선거 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군민들을 만나면서 체감한 것이지만,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그에게 수식어처럼 붙는 ‘토박이’ ‘흙수저’라는 말이 내포하고 있듯 그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차곡차곡 쌓은 것이다.
그는 담양군 금성면에서 나고 자랐다. 금성초등학교 시절이나 금성중학교를 다니던 9년 동안 20리가 넘는 길을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면서 등·하교를 했다. 때론 자전거를 타고 오갔다. 체력과 뚝심, 의리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지금의 단단한 몸과 정의로운 신념을 실천하는 용기도 기실 이때부터 그의 일부분이 되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도 어렸을 적 꿈이 아주 많았어요. 권투 선수도 동경했고, 가수도 매력적이었어요. 굳이 다른 아이들과 달랐던 꿈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양로원을 지어 어르신들, 한 열두 분 정도의 어르신을 모시고 살고 싶었어요. 글쎄요, 뭐, 정확히는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하여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제가 나중에 가장 하고 싶었던, 꼭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던 것 만큼은 분명해요.”
이런 점에서 정 군수는 어린 시절 자신의 꿈을 이뤘거나 최소한 근접했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사나이고 행복한 사람이다. 50대 이상의 장년층, 권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권투에 관심이 덜한 이들도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챔피언 고흥 출신 박종팔 선수와 함께 권투를 했었다. 물론 정 군수는 세계챔피언에 오르진 못했다.
그리고 그는 가수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를 곧잘 불렀던 탓에 가수란 직업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현재 그는 음반도 내고 협회에도 정식으로 등록된 엄연한 현역 가수다. 가수 정철원의 대표곡은 ‘댓잎 바람’이다. 2024년 9월에 앨범을 냈다. 흔한 말로 네이버에 치면 다 나온다. ‘한 손에 두부 한모 골목길 누비며, 어머니 심부름에 뛰어다니고, 옆집 마당엔 댓잎 바람이, 아직도 흔들거린다. 바람이 불어오면 댓잎이 살랑살랑, 오늘 밤 저 달이 춤추네, 달려가리. 그리운 내 고향, 무조건 무조건 달려간다, 댓잎 바람 잊을 수 없어, 어머니 고향으로.’ 노래를 듣는 순간 시골 출신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고향을 떠올릴 법한 노랫말이 정겨우면서도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작곡은 이은청 선생이 했고, 작사는 정 군수가 직접 했다.
그가 어릴 때 꿈꾸었던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일은 진행형이다. 지금은 양로원을 지어 어르신을 모시지 못하고 있지만, 어르신을 모시는 일은 아주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정치를 그만두면 꼭 꿈을 이루겠다고 한다.
#기초 선거 지역민에 직접 선택권 줘야
“처음부터 정치 할 생각은 없었어요. 초·중·고·대학(전남도립대 토목과)까지 다 담양에서 다녔던 덕분에 고향을 기반으로 건설업을 했어요. 사업도 제법 잘 됐어요. 이때 담양에 있는 12개 면을 전부 다녔어요. 자연스럽게 주민들하고 친분을 쌓게 됐고, 그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지요. 이는 제가 나중 정치를 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어떤 정치를 하는 게 진짜로 군민을 위한 정치고 올바른 정치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정치인 정철원으로서의 출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초보 정치인으로 2010년 담양 군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도전했으나 낙선의 아픔을 맛보았다. 이후 2014년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2018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2년 다시 무소속으로 도전해 세 번째 뱃지를 단 뒤 군의회 의장까지 지냈다.
정 군수가 무소속과 민주당을 오갔던 것은 중앙당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간섭 때문이었다.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당한 규정을 적용했던 탓이다. 이때부터 정 군수는 적어도 지방자치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기초단체 선거에서는 당의 공천을 배제하고 군민을 위해 일 잘할 사람을 군민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확고하게 가졌다.
“정치인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지역민이 진짜 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도록 유권자에게 주권을 돌려줘야 합니다. 당에서 낙점하고 선택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진정한 국민 주권이 아니예요. 그리고 한 번 보십시오. 지금 민주당이고 국민의힘이고 잘하고 있나요? 죽기살기식으로 싸우고만 있잖아요? 이런 대립 구도를 깰 수 있도록 3당, 4당이 나와야 합니다.”
현실 정치의 모순을 거침없이 지적하면서 목소리의 톤이 올라갔다. 현 정국을 바라보는 그의 생각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정 군수가 실천하는 정치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는 군의원 시절부터 지역민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해결해주는 데 앞장섰다. 사업을 하면서 담양에 있는 12개 면을 구석구석 다녀본 덕분에 동네마다 마을마다 바라는 게 무엇이고 애로가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가능했다. 물론 모든 것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으로, 그리고 온 마음을 다했다. 당연히 그의 군의회 활동은 돋보였다. 군민의 어려움을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먼저 움직였다. 현장에서 만난 군민들의 불편에 귀를 기울여 조례와 예산, 제도 개선으로 연결했다. 그중 하나가 2024년 의장 재임 시절 발의한 ‘안전취약계층 이용 건물의 전기화재 예방 안전시설 지원 조례’다. 전체 화재의 25%가 전기설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착안해 취약계층의 주택과 이용 시설에 선제적으로 안전설비를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군민 불편 해소해 줄 때 가장 큰 보람
“10년 넘게 군의원으로 활동한 만큼 기억에 남는 조례나 보람 있었던 일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특정한 조례나 장면을 딱 꼬집어 말하기보다는 저의 노력으로 누군가의 불편이 해소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순간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다면 그게 군의원으로서 가장 큰 보람 아니겠습니까?”
“군수로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두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군민의 동반자로서 군민 한 분 한 분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담양의 미래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군수, 서민 군수로서 군민과 함께 손잡고 행복한 담양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입니다.”
군수에 당선된 뒤 그는 공무원들에게 군수를 위해 우산을 받쳐주지 못하게 했다. 또 군수가 차에 타고 내릴 때 차 문을 열어주지 말도록 했다. 일체의 의전을 받지 않은 것이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이뿐만 아니다. 일과 시간 내의 직접적인 업무 이외에는 관용차를 이용하지 않는다. 물론 출퇴근도 개인 차량으로 한다. 권위를 다 내려놓는 게 평범한 군수, 서민 군수의 출발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군청 내부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도 정 군수가 앞장서 실천한 때문이다.
정 군수는 취임 후 곧바로 실질적인 군민의 삶을 살찌우고 담양의 발전을 위해 ‘힘찬 미래 더 큰 담양’이라는 민선 8기 새로운 비전을 확정했다. ▲매력 있는 문화 관광 ▲빈틈없는 감동복지 ▲살맛 나는 부자 농촌 ▲생동하는 활력 경제 ▲신뢰받는 공감 행정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면 살랑거리는 댓잎처럼, 혹은 춤추는 달빛처럼, 군민과 함께 달려가고 있다. 담양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뚜벅 뚜벅 뚝심과 의리의 걸음을 걷고 있다. 그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자못 기대가 크다.
대담·글=이종주 주필
■정철원 프로필
▶1963년 담양 금성면 출생
▶금성초, 금성중, 담양고 전남도립대
▶2014, 2018, 2022년 담양군의원 의장
▶현 담양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