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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5월은 끝난 적이 없다.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칼 아래 쓰러진 수많은 생명과 그날 이후에도 여전히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시금 문학으로 되살아났다. 범현이 작가의 신간 ‘총알의 기억’(내일을 여는책)은 그날 이후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두 편의 이야기다.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삶의 방향을 그려가야 할 시기에 작가는 오월항쟁을 직접 겪었다. 이후 대학 시절까지 거리에서 싸우고 외쳤던 기억은 그의 삶 전체를 지배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치유되지 못한 채, 문장과 그림, 기억으로 남아있다. 미술과 문학, 두 영역을 넘나들며 오월을 기록해온 그는 이번 책을 통해 5·18이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님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 책은 ‘총알’과 ‘태아’라는 강력한 상징을 통해 국가폭력의 무자비함과 그로 인해 무너진 평범한 일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남겨진 자들의 고통과 슬픔에 미안하다 말하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 다짐은 슬픔을 넘어 공감과 연대를 향한 발걸음이다.
범현이 작가는 현재 오월미술관을 운영하며 오월미술의 기록과 가치 보존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예술과 문학을 통해 5·18의 기억을 기록하고, 후세에게 전하기 위해 쉼 없이 걸어왔다. ‘총알의 기억’은 그 치열하고도 조용한 싸움의 또 다른 결실이다.
범현이 작가는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거위의 집’으로 등단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문학창작기금을 받았고 2019년 목포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펴낸 책으로 미술 에세이‘글이 된 그림들’(2018), 단편집 ‘여섯 번째는 파란’(2020) 등이 있다.
조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