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오전 보성군 남해고속도로 목포방면 초암산 터널 인근에서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져 차량 41대의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보성소방서 제공 |
최대 8㎝에 달하는 눈이 쏟아지면서 시민들은 계절을 망각한 이례적인 폭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출근길 교통혼잡이 발생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당분간 아침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르며 강추위가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광주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적설량은 보성 복내 7.8㎝, 화순 백아면 7.5㎝, 곡성 옥과 6.5㎝, 광양 백운산 6.1㎝, 구례 피아골 5.8㎝, 광주 조선대 5.4㎝, 담양 봉산 4.2㎝, 장성 상무대 4.0㎝, 함평 월야 3.9㎝, 영광 염산 2.9㎝ 등을 기록했다.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광주, 나주, 담양, 장성, 함평, 영광, 곡성, 보성, 장흥 등 지역은 이날 오후 대설주의보가 해제됐고, 서해남부지역 전 해상에는 풍랑경보가 내려졌다.
밤사이 많은 눈이 내리면서 전남에서는 7건의 빙판길 교통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41분께 보성군 겸백면 남해고속도로(목포 방면) 초암산터널 인근에서 차량 41대의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탑승자 등 11명이 다쳐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가운데 1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운전자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병원 이송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소방 당국에 전했고 추후 병원 치료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고는 A씨(64)가 운전하던 45인승 관광버스가 눈길에 미끄러진 뒤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으며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관광버스는 편도 2차선 도로에 멈춰 섰고 뒤따라오던 화물차가 이를 피하기 위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다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고로 목포방면 고속도로 한 방향이 통제되면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고 지점으로부터 9㎞ 떨어진 벌교 나들목에서 차량의 고속도로 진입을 막으며 사고 수습을 진행했다.
경찰은 블랙아이스로 인한 1차 사고가 연쇄 다중 추돌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 날 오전 7시께 화순군 이서면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농어촌버스가 수로로 추락해 탑승자 4명(중상 1·경상 4)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폭설로 인해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기상 악화로 인해 전남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52항로 77척 중 40항로 53척 여객선의 운항이 중단됐다.
여수공항에서 제주, 김포 등을 오가는 항공편 6편은 오전에 결항됐으나 오후 2시부터 운행이 정상화됐다. 또 지리산 등 국립공원 탐방로 일부가 통제됐고, 무등산은 탐방로 35개소 출입이 제한됐다.
광주기상청은 3월 중순 갑작스러운 폭설에 대해 북극에서 내려온 영하 40도 정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 상공을 직접 통과하면서 서해의 따뜻한 저기압과 만나 눈구름을 형성해 많은 양의 눈이 내렸다고 분석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5~2024년) 광주에서 ‘3월 눈’이 관측된 해는 총 7번으로 기록됐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으로 3월에 눈이 내렸으며, 지난해에도 눈이 관측된 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살펴보면 3월에 눈이 내리는 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30년 평균 3월 눈 일수는 2.4일이지만, 최근 10년 평균은 1.3일, 최근 5년 평균은 0.6일로 감소했다.
광주에서 기상 관측 이래 3월 중 가장 많은 눈이 내렸던 날은 2001년 3월 8일로, 당시 8.8㎝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7년간(2018~2024년) 광주에서 3월에 5㎝ 이상의 눈이 내린 적은 없었다. 대설주의보는 5㎝ 이상의 눈이 내릴 경우 발효된다.
19일에는 눈이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됐지만, 당분간 기온이 평년보다 2~7도 가량 낮아 춥겠다. 19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영상 2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7~10도가 되겠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의 아침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며 “빙판길이나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교통안전과 보행자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준·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