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직원이 자동텀블러세척기를 사용하고 있다. |
지난 16일 방문한 광주시 서구 유촌동 소재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의 입장 규칙이다. 전국 기축(노후) 공공기관 중 대수선 없이 최초로 ZEB(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을 인증받은 이곳은 탄소중립 선도 실천을 위해 일회용품 반입이 금지돼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에너지를 적게 쓰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에너지 자립형 건물을 의미한다. 사용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필요하면 재생에너지로 직접 생산해 건물의 연간 화석에너지 소비량을 0에 가깝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은 에너지 전환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내륙도시에서, 공공건축물의 에너지전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에너지자립률 163.08%…대수선 없는 공공기관 최초 ZEB 1 등급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청사의 에너지 자립률은 163.08%다. 기존 60% 수준이었던 비율을 단 2년 만에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성과다.
옥상 공간을 활용한 태양광 증설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최대 용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구조를 분석, 태양광 설계를 최적화했다.
현재 설치된 설비는 주차장 태양광(70㎾), 옥상 태양광(70㎾), 벽면 태양광(6㎾), 지열(142㎾) 등이다.
여기에다 건물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기 위한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연간 약 16만㎾h 전력을 자체 생산하는 수준이며 1㎾h당 114원을 적용하면 연간 1,800만 원 상당의 전력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온실가스는 67.8톤 저감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노후건축물에 대한 구조 보강 없이 수명 연장과 에너지 성능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며 자원순환형 장수명 건축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월 기준 광주시 ZEB 인증 건축물은 전체 13만 6,133동 중 0.03% 수준인 총 164건이다. 전국 평균인 0.1%(7,815건)에 비해 낮다.
게다가 4등급(32건·19.5%), 5등급(102건·62.2%) 등 낮은 등급 인증 사례가 많은게 특징이다. 정부가 설정한 최소 의무기준(5등급)만 충족하려는 수동적 대응으로 비춰진다. 기준을 충족하는데 많은 예산과 행정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총 9건의 1등급 건물 중 진흥원 청사를 제외하면 모두 신축건물이다. 건물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에너지 전환을 실현한 사례로 가능성을 입증했고 향후 공공건축물의 단계적 전환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을 구축했다는 대표 사례다. 같은 인증이라도 진흥원이 더 빛나는 이유다.
이러한 정책성과와 운영 역량은 외부에서도 인정받아 2024년 지방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고 지방공공기관 발전 유공(행정안전부장관상),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 유공(국무조정실장 표창) 등을 수여받았다.
![]() 광주 서구 유촌동 소재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 전경. |
고상연 기후에너지진흥원장은 에너지 자립을 ‘벽돌쌓기’에 비유한다. 공간·비용 제약이 있어 어려울 것으로 인식되지만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주 장이다.
진흥원의 도전 과정도 비슷했다. 지난 2023년 취임 후 에너지 전환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광역 내륙도시 ‘광주’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광주시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건물과 수송은 각각 43.0%·31.6%를 차지한다. 수송부문은 전기차 보조금, 대중교통 체계개편 등 국민 체감형 정책이 추진중인 반면 건물은 정책적 실행이 어려운 분야로 지적돼 왔다.
고상연 원장은 “대한민국 지자체의 3분의 2는 내륙도시로 해양도시 대비 풍력기반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낮아 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다. 실제 광주시 에너지자립률도 9%에 불과하다”며 “내륙도시의 현실을 기반으로 에너지 전환 해법을 실증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고민했고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실제 진흥원에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 등 기본 시설 외 곳곳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조치가 이뤄져 있다.
사무실에는 100여 개의 IoT 콘센트가 설치돼 장비별 전력 사용량이 BEMS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된다. 이를 기반으로 전력 소비패턴을 분석, 공공기관의 전력소비 행태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건물 외벽은 3중 외단열재로 마감하고 블라인드도 암막·단열 이중으로 설치돼 건물 내 열손실을 최소화했다.
낮 시간 햇빛이 드는 방향에는 ‘녹색커튼’이라 불리는 줄기식물을 심었다. 유도줄을 타고 자란 식물은 외벽을 가려 열 유입과 손실을 막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텀블러 대여소, 자동 세척기를 도입했다.
![]() 고상연 광주기후에너지진흥원장이 ZEB 1등급 인증패 앞에서 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
올해 진흥원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모델인 ‘CFE(Carbon Free Energy)’ 이니셔티브 달성 목표를 세웠다.
24시간 365일 무탄소 전력을 자립적으로 공급하는 실시간 에너지 순환형 건축물’로 야간이나 악천후 등 태양광 중단 시간대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전기차에 사용됐던 배터리를 회수·재사용해 자체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면서 재생에너지의 시간적 간헐성을 보완하는 ‘UBESS’ 도입을 위해 한국환경공단 국비사업을 진행중이다.
고상연 원장은 “궁극적으로 UBESS 기반 저장전력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과 차량의 전력을 건물에 재공급하는 ‘V2G’ 전략을 병행하려고 한다”며 “이러한 에너지 순환구조를 기반으로 청사 단독건물 수준을 넘어 인접 공공기관이 보유한 에너지, 저장장치, 수요반응 자원을 통합 관리하는 ‘광주형 VPP’ 체계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 목표는 △광주형 공공기관 RE100 네트워크 구축 △전기자동차 활용 V2G 실증 △영농형 태양광 기반 산단 RE100 실현까지 아우르는 ‘내륙도시 분산형 탄소중립 전력 플랫폼’ 실증 모델 구축”이라며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광주가 대한민국 지방도시 최초로 분산형 무탄소 에너지 체계를 도시 전체로 확장해 나가는 선도 모델이자 이정표가 되고, 진흥원은 그 구축과 확산의 중심에 서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