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오색연화를 주제로 황룡강 일원에서 열렸다. 관람객들은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등 3.2㎞에 심어진 가을꽃을 만끽했다. 장성군 제공 |
●축제 차별화
지자체마다 축제를 여는 이유는 ‘지역을 알리는데’ 있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도 없진 않겠지만, 지역 고유의 매력을 외지인들에게 알려 궁극적으로 생활 인구나 인구를 늘려가는 쪽으로 유도하고 싶은 게 지자체의 바람일 것이다.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의 점진적인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방문객들에게 ‘힐링’과 ‘여유’를 선사하겠다는 콘셉트가 지역적 특성과 잘 맞아 보인다.
황룡강은 계절꽃 식재 구간이 매우 넓다. 3.2㎞라고 해도, 실제로 걸어 보면 훨씬 길게 느껴진다. 장성군은 이를 장점으로 살려냈다. 시작은 지난해 가을꽃축제부터였다. 캠핑과 피크닉 감성을 녹여낸 ‘캠프닉’ 존을 구축해 사람들이 꽃길 곳곳에서 자유롭게 머물며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돗자리와 의자, 테이블, 가림막, 텐트 등을 강변에 설치해 방문객들이 ‘몸만 오면’ 되게끔 준비했다.
![]() 황룡정원에서 열린 공연 모습 |
축제 주무대인 옛 공설운동장 공간에 장성 특산물 잔디를 심고, 강변 음악분수를 바라보며 동그랗게 앉을 수 있도록 무대와 계단식 광장을 조성했다. ‘황룡정원’으로 명명된 이곳은 봄 축제의 메인 이벤트였던 ‘뮤직 페스티벌’에서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이번 황룡강 가을꽃축제에선 잔디가 더욱 보기 좋게 활착했다. 가족들과 함께 잔디밭에 모여 앉아 음식을 먹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향토식당, 푸드트럭 등 먹거리를 구입하기에도 수월해 방문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해가 진 뒤에도 황룡정원을 찾는 발걸음은 꾸준히 이어졌다.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전구 모양의 LED 조명과 경관조명으로 꾸며진 황룡강의 야경이 황룡정원과 잘 어우러지며 늦은 밤까지 가을 정취를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었다.
![]() 힐링허브정원에 설치된 포토존 |
방문객들이 황룡강을 알차게 즐길 수 있도록 5개 존(zone)으로 나눠 운영한 부분도 짚을 만하다. ‘학문은 장성만 한 곳이 없다’는 의미를 담아 흥선대원군이 남긴 ‘문불여장성’ 문구에서 착안해 △문화존 △불먹존 △여유존 △장성존 △성장존 5개 구역으로 구분했다.
황룡정원 인근 ‘문화존’에선 개막식과 MBC 가요 베스트, 전문 모델과 공모를 통해 선발한 지역 주민들이 ‘꽃 부디 페인팅’을 하고 무대에 오른 ‘플라워 뷰티쇼’ 등 축제 주요 행사가 열렸다. 가든 포크 콘서트와 오색연화 콘서트, 장성 청소년들이 함께한 청소년 평화 콘서트, 전남체전 성공 기원음악회,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이어졌다.
‘불타는 먹거리존’의 줄임말인 ‘불먹존’에선 미식 도시 도약을 꿈꾸고 있는 장성군의 ‘맛’을 보여줬다. 향토식당과 푸드트럭마다 손님들이 긴 줄을 섰다. 특히 ‘새싹삼 치킨 바비큐’가 큰 사랑을 받았다. 장성 특산물인 새싹삼 파우더를 입힌 닭을 장작불로 여러 차례 구운 뒤 새싹삼 레몬 소스를 곁들이는 메뉴다. ‘장성 특화 음식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으며 ‘장성지역상생급식협의체’가 운영을 맡았다.
‘장성지역상생급식협의체’는 특화 음식 개발과 외식업 활성화, 인재 육성 등을 목표로 결성된 단체다. 장성군과 더본외식산업개발원, 지역 외식업체, 생산자 단체, 지역농협, 장성하이텍고등학교 식품영양과, 호남대학교 외식조리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새싹삼 치킨 바비큐’ 판매로 발생한 수익금은 전남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장성군’으로 지정 기탁할 예정이다.
![]() 힐링허브정원에 설치된 포토존 |
문화대교 인근 ‘여유존’은 말 그대로 여유롭게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곳이었다. 캠핑에 피크닉 감성을 접목한 ‘캠프닉’, 버드나무 그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는 ‘가든 티 타임’, 꽃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플라워아트’, 요가, 전시 프로그램 등이 운영됐다.
체험과 전시 공간으로 꾸며진 힐링 허브정원 ‘장성존’과 어린이들을 위한 황미르랜드 ‘성장존’도 알찬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황미르랜드에는 어린이용 ‘스트라이더 자전거’ 무료 체험과 마술 공연, 가상현실(VR) 체험, 키즈라라 놀이 체험, ‘랜덤 플레이 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꼬마 손님들을 기다렸다. 황미르랜드 언덕 호빗의 동굴에선 행운을 시험할 수 있는 포춘쿠키와 모루 인형, 쿠키 하우스, 초콜릿 만들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매년 성장하는 축제”
올해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의 주제는 ‘오색연화’였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꽃들로 차려진 잔치다. 기후변화로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장성군은 기후 위기가 계속될 것을 감안해 식재 품종 선정부터 환경 조성까지 세세한 부분들을 재검토할 방침이다. 계절꽃보다는 다년생 꽃의 식재 범위를 넓히고, 사시사철 감상이 가능한 정원을 조성하는 등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황룡강으로 집중됐던 인파를 읍 시가지 등으로 분산 유도하는 콘텐츠도 구상한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축제 기간 황룡강을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면서 “올해 축제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다각도로 분석해 내년에는 더 행복하고 즐거운 축제, 매년 성장하는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