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완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보건교사가 배움터지킴이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학생 안전 지도’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25일 광주시·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완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보건교사 B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
A씨는 지난 6월 23일 배움터지킴이 사무실에서 B씨로부터 “왜 순찰을 제대로 하지 않느냐.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2만 9,000원짜리네. 쉬는 시간 누워있지도 말고 앉아 있지도 말라. 의자에 앉아 있어라. 내 말을 듣지 않으려면 돈을 토해 내라”고 모욕·비하 발언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A씨는 또 다음날 오후 2시 20분께 B씨가 배움터지킴이 사무실 출입문을 열어 승낙이나 동의 없이 자신을 향해 사진 촬영하고, 감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지속적인 괴롭힘에 A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며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배움터지킴이의 인권 침해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2년 전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배움터지킴이로 근무한 C씨는 교장 관사 제초작업과 교실 에어컨 청소 등 과도한 노역에 시달려 왔다며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학교 노역에 동원됐다는 주장은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의 노동인권 실태 조사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시민모임은 “C씨는 활동 일지에 기재된 내용 외에도 택배 관리, 등기우편 수령 등 업무를 했고, 특히 최근 코로나19 발병으로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확인, 외부인 전면 통제 등 배움터지킴이 업무가 강화돼 잦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광주·전남지역 일선 학교에서 활동하는 배움터지킴이들이 노동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대로 된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움터지킴이는 근로자가 아닌 봉사·명예직으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주로 ▲등·하굣길 교통안전 지도 ▲학교폭력 예방 ▲외부인 출입 관리·통제 등 학생보호 역할을 한다.
전남의 경우 1일 4시간(주 20시간), 1일 6시간 이상(주 30시간 이상), 학부모 등 2명 격일제(1일 6시간 이상·주30시간 이상) 근무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651교에 662명의 배움터지킴이가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1일 활동비는 4시간일 경우 2만 9,000원, 6시간은 4만원이 지급되며 최저임금(9,160원)보다 더 낮은 임금 수준을 받고 있다.
광주지역도 330개 학교에 1명씩 배움터지킴이가 배치돼 활동 중이며, 자원봉사 활동비로 1일 4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특히 배움터지킴이는 학교장이 위촉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갑질 등 인권 침해를 받더라도 보호조치 등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탓에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완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내용과 관련해 고소인 등을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했다”며 “교사에 대해선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교육공무원 인사 규정에 따라 학교 측에 행정경고 처분을 내렸고,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내년 3월 1일자로 전보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