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영광읍 영광예술의전당 앞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사죄·배상을 촉구하고 있다.(왼쪽) 이날 오후 영광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일제강제 징용 피해자 고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헌화 하고 있다./김태규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는 남은 유골의 조속한 봉환과 일본 정부의 사죄·배상을 촉구하는 한편, 피해자들을 외면한 채 한일관계 회복에 집중하는 정부의 굴욕외교를 규탄했다.
타라와섬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이 4일 영광문화예술의전당 1층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고인의 유족인 차남 최금수씨를 비롯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강종만 영광군수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식은 ▲유해 봉헌과 내빈소개 ▲식전공연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헌화 ▲폐회와 유해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추도사와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그제야 고 최병연씨가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눈물을 훔쳤다. 특히 유족들은 아직 봉환되지 못한 다른 유골 등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감정을 넘어 ‘역사의 한’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최병연씨의 차남 최금수씨(82)는 “아버지와 너무 어릴 적 헤어져서 기억은 없지만, 어머니와 형님으로부터 줄곧 이야기를 들었다”며 “유해라도 모실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선산에서 그동안 못 본 가족들과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며 행복하길 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유골 외에도 1,116구가 아직 땅에 묻혀있어 유족들이 찾고 있다”며 “일본이 조선인들을 총알받이로 끌고 가 전쟁에 강제로 참여시켜 전사하게 됐는데, 한이 맺히고 원망스럽다. 정부가 나서서 피해 유족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전농 영광군농민회, 영광군 여성회는 이날 오후 영광 문화예술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0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추도식에 가해자 일본은 얼굴조차 비추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당시 타라와 전투는 미군이 태평양 전쟁 중 벌인 최초의 대규모 상륙전으로, 한국인 사망자는 1,117명이다”며 “그중 유해가 돌아온 것은 80년 만에 처음이다”고 말했다.
단체는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의 만행과 더불어 이날 열린 봉환 추도식에 추도사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2016년 전몰자 유골수집 추진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 유골을 발굴하면 DNA를 거쳐 유족에게 거쳐 인도하고 있지만 한국인 피해자는 배제하고 있다”며 “심지어는 한국 전몰자를 일방적으로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함으로써, 죽어서까지 일본국을 위해 충성하도록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외면한 채 한일관계 회복만 집중한 정부에 대해서도 규탄했다.
단체는 “80년 만의 귀향길에 추도사 하나 없는 것이 윤석열 정권이 말한 한일관계 회복의 상징인 것이냐”며 “정부는 ‘한국이 먼저 물컵의 반을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했지만, 타라와 사망자 중 1,116의 유해가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눈 감고 화해의 손부터 잡으라는 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정부를 대표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추도사를 보면 맥이 빠진다”며 “경과보고인지 추도사인지 모를 알맹이 없는 글만 읊고, 일본의 사죄 표명, 진상규명 등을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찬기·김진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