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가 참 많이 오르긴 했다. 삼계탕 가격은 매년 1,000원씩 꾸준히 올랐다는데, 가격에 반비례해 닭 사이즈는 갈수록 작아지는 느낌이다. 그릇이 상대적으로 큰 탓려니 라고 생각하기로 했으나 서너 시간 후 푹 꺼지는 뱃 속에는 도리가 없다. 가격은 올랐는데 확실히 양은 줄었다.
A숯불갈비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동료도 비슷한 말을 전한다. 세 사람이 11만원을 지불했는데 배부르다는 느낌을 전혀 못받았다며 “돈 아깝다”라고 했다.
#‘런치플레이션’ 푸념도 잠시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외식비가 오르면서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더 비싸게 주고 먹어도 배가 덜 부르다”는 푸념이 일고 있다.
감당 안되는 외식비 뿐만 아니라 집밥도 사정은 비슷하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지만 제철 과일과 감자, 양파 등 과일 채소 코너를 몇 바퀴 돌며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다 결국은 내려놓은 경험들이 있을 터. ‘그냥 참자’다.
지난 1분기, 4인 가족 식비는 9.7%나 올라 두 자릿수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외식비는 무려 17.0% 올랐다. 기름값과 집세에 축산물, 외식비까지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자 식비에 허덕이는 2030세대들은 편의점 음식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도시락을 챙겨와 식대를 줄이려는 모습이다. 약속 안잡기나 ‘일주일에 최소 이틀 이상 하루 10원도 안쓰기-무지출 챌린지’ 같은 유행은 고물가를 견디는 단적인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5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를 이어가고 있는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5,200원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는 바로 오늘 이 시대의 이야기다.
한 눈 팔지 않고 달려온 영업직 사원이자 쌍둥이 아빠인 경만은 매일 저녁 퇴근길 참새방앗간처럼 편의점에 들러 ‘참참참’ 세트로 흙수저의 고단함과 분노를 달랜다. 쌍둥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며 그를 구박하던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안아플 쌍둥이 딸들을 늘 가슴에 아프게 담고 사는 그다.
편의점 알바 독고씨로부터 “편의점에 오면 쌍둥이들이 1+1만 산다는, 아빠 힘들게 돈버니까 돈 아껴써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으며 경만이 쏟아내는 눈물에서 우리 또한 마음편할 수 없다는 걸 느낀다. 편의점 참치캔 가격도 이제 8월부턴 10%씩 오른다니 5,200원 ‘참참참’도 가격 조정에 들어갈 지 모르겠다.
#수박 한 조각이라도 나눔을
고물가와 인플레이션, 코로나에 힘겨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래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책이나 힐링 드라마에 열광하며 따뜻한 위안과 희망을 얻는가 보다.
ENA 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이나 ‘불편한 편의점’의 인기 저변엔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받는 사람들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있다.
등장인물의 진정성이 주는 감동과 내용 전반에 흐르는 따뜻함과 유쾌함은 우리를 울다 웃게 만든다. 시선을 돌려 이웃을 보듬고 챙겨보도록 마음의 염치를 깨우쳐 준다.
무더위의 한 가운데서 관계와 소통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는 책 속 이야기처럼 폭염 속 죽을만큼 힘들게 더위를 버티고 있는 주변 이웃은 없는지, 삼계탕, 아니 수박 한 조각이라도 한 접시 나눠 남은 여름, 함께 건강하게 날 일이다.
/이연수(경제부장)
/이연수(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