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마다 이 전시회엘 간다. 새롭게 발전하고 변하는 차와 차문화를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인터넷으로 한 번 등록해 놓으면 때 맞춰서 초대장이 온다. 핸드폰으로도 가능하다. 이 초대장을 가지고가면 5,000원 입장료가 무료다.
전시회에서 다양한 차, 다구, 다기, 다식, 의상을 만난다. 전통다례, 일본, 중국, 유럽 홍차 다례를 볼 수 있고, 찻잔 만들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올해는 마지막 날 오후에 부랴부랴 입장해서 휙 둘러보았다. 6시면 끝나기 때문에 서둘렀다. 새로운 것, 특별한 것들을 찾았다. 아주 특별한 것이 있으면 가슴이 설렌다.
올해는 보성에서 재배한 침향 잎차가 눈에 띄었다. 침향은 차가 아니고 향나무다. 향나무를 물에 가라앉혀서 우러난 물을 마신다. 침향잎차는 카페인이 없고 칼슘, 아연, 철, 망간, 비타민 E가 많단다. 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리고 신장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침향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열대가 원산지다. 그래서 값이 비싸다. 그런데 보성에서 재배가 된다니!
꽃차 부스에서 소화가 잘 되는 무차, 목이 간지러울 때 도라지꽃차나 돌배차, 피곤할 때 감잎차, 잠이 잘 오는 국화꽃차 등을 유리병에다 예쁘게 넣어놓았다. 유리다관마다 색 고운 꽃차들이 자태를 뽐낸다. 실은 꽃차는 차가 아니다. 찻잎이 전혀 들어있지 않으니 무탕, 도라지꽃탕, 감잎탕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나 통용되고 있어서 그냥 차라고 한다.
작년 겨울에 감기가 들었을 때 ‘ㅇ’다원을 하는 친구가 처음 만든 생강홍차를 온종일 마셔서 물리쳤다. 홍차에 생강을 넣은 것은 생강홍차, 녹차에 강황을 넣으면 강황녹차인 것이다.
다기도 새로운 것이 많다. 다식과 차음식도 깜찍한 것이 많다. 다식을 한반도 모양으로 장식한 것, 꽃처럼 예쁜 떡을 구절판에 담은 것 등은 미술작품이다. 주마간산으로 훑어보고 보성부스로 간다. 손님이 드문 부스를 찾는다.
이곳을 찾는 것은 친구나 지인의 차부스를 찾아가 응원하는 것이다.
‘보성의 녹차향이 세계의 녹차향입니다.’
신토불이가 맞다. 누구 차가 무슨 맛인지 알고 간다. 손님이 많으면 슬쩍 다른 부스에 가서 앉는다. 고맙게 모두 무료 시음이다. 기본으로 얼마씩 돈을 내면 편하겠다. 올해 경기가 안 좋아서 차시장이 침체되어 있을 텐데, 그냥 마시기가 미안하다.
‘ㅈ’다원 친구 부스가 한가했다. 바쁜 중에도 반긴다. 목련꽃차를 낸다. 노란 색깔이 신비하다. 목련꽃이 붓 모양으로 머금었을 때 따서 껍질을 섬세하게 벗겨서 만든다. 일손이 없으니 직접 만드느라고 밤을 새운 우정을 준다. 작년에 이 친구의 청차를 지인들에 맛 보였다. 누구는 녹차다, 누구는 청차다고 주장해서 전화로 직접 물었다. 주인의 이야기를 같이 들으며 모두 웃었다. 나는 이미 가라앉은 찻잎-엽저라고 하는-을 보고 청차임을 알았다. 3황 7록, 즉 찻잎 가장자리가 녹차와 다르게 황색이었다. 우리나라 찻잎으로 청차를 만들기에 성공했다. 청차를 처음 마셔본 지인들은 행운이었다.
다음엔 바로 곁에 있는 ‘ㅇ’다원 친구 부스로 갔다. 막 앉았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둘이 왔다. 반가워서 칭찬을 하고, 차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다. 여학생들은 비트홍차를 골랐다. 빨간 색깔이 이국적이다. 친구에게 작년 겨울 감기 얘길 하면서 생강홍차를 사니, 우전차 한 봉지를 재빨리 넣어준다. 배꼽이 배보다 크다. 돈을 더 내려는데, 손님들이 몰려들자 친구가 손사래를 친다. 작년하고 똑 같다. 하하하!
서둘러서 ‘ㅁ’다원 부스로 갔다. 차를 두어 번 마시는데 손님 부부가 왔다. 의자가 셋, 나와 아내가 먼저 앉았으니 나머지는 하나. 나는 보성 사람이니 얼른 일어나서 부부에게 의자를 권했다. 그런데 남편분이 점잖게 사양한다. 나보다 젊으시다.
“대상 받은 차가 궁금해서 왔어요.”
부인의 말을 듣고, 주인은 덤덤히 웃는다.
“우와, 축하드립니다.”
나도 박수를 쳤다. 주인이 새로 차를 넣는다. 우전차다.
“내가 보성 ‘ㅊ’다원 차를 좋아하는데, 맛과 향이 닮은 것 같아요.”
“우와. 미각이 대단하시네요. 두 다원은 모두 몽중산 기슭에 있어요. ‘ㅊ’다원 차도 작년에 대상을 받았을 거에요.”
처음 만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 이야기를 했다. 첫사랑처럼 가장 마음에 든 첫 사랑 차를 기준으로 다른 차를 비교한다. 둘이는 서로의 기쁨을 안다. 시계를 보고 황급히 인사를 나누었다. 추상화를 하시는 남편분과 나는 서로 지인들을 얘기하다가 문학과 미술을 콜라보로 교류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차향 같은 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