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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내달부터 미디어 월이 본격 송출될 경우 막대한 전기가 소비되는 등 에너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남구에 따르면 50억원(시비 22억원, 구비 28억원)을 들인 대형 전광판인 ‘미디어 월’은 오는 2월 남구청사 정문에 오픈한다.
미디어 월은 길이 42m, 높이 9m의 화면의 옥외 곡면형 LED 디스플레이로 아나모픽 일루전 실감콘텐츠(3D)를 선보인다. 운영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이며, 전기 사용량은 1개월에 약 3만 7,800㎾h이다.
문제는 미디어 월의 1개월 전기 소비량은 지난해 1월 남구청사에서 사용된 전기 사용량 18만 3,091㎾h의 20%에 달한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절감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남구가 이를 역행하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LNG 수급 불안정 등으로 공공기관별 에너지 절약 10%를 목표로 강도 높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살펴보면 공공기관은 평균 17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개인 난방기는 사용이 금지됐으며, 업무시간에는 실내 조명을 30% 이상 소등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도 에너지 위기 상황이 고조됨에 따라 거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홍보해 에너지 절감 및 실천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전쟁 등으로 LNG 수급이 불안정해 전기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며 “시민들의 전기 수요 조절과 위기 상황 인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공고는 지자체에서 신설한 설비에 관여할 수 없으며, 미디어 월은 기관별 전체 소비량의 평가 항목에 포함돼 별다른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 A씨는 “손이 시려워서 매일 출근할 때마다 핫 팩을 챙긴다”며 “시민들이 미디어 월을 보면서 위기 상황 인식이 저해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도 하루 약 11만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백운교차로에 설치된 미디어 월이 에너지 위기 인식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봉선동 주민 김 모씨는 “출근길 한전 캠페인을 보고 가정에서도 낭비되고 있는 전력이 있지 않은지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며 “남구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위해 태양열 설비를 보급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 절감정책에 동참하고 있는데 미디어 월 하나에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 관계자는 “미디어 월이 시민들에게 미디어 아트 등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공익적 정보제공 콘텐츠가 목적이기 때문에 정부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업체에서도 제작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최대한 절감되도록 설계했다”며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민찬기 기자